‘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최정혁 화가, 5년만에 개인전

1일~30일까지 강남구 학동로 97길 69 갤러리 전시장서
김연주 미술평론가 "실재같은 非실재의 상상유희 공간"

강헌주 기자 승인 2021.04.06 15:58 | 최종 수정 2021.04.06 17:53 의견 0
최정혁 작가의 작품은 실제의 모습을 마주하지 않는 현재를 나타낸다. 미술평론가 김연주는 그의 작품을 실재같은 非실재의 상상유희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자료=갤러리 화이트원]

[한국정경신문=강헌주 기자]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사과를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 최정혁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화이트원에서는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More natural than nature)'이라는 주제로 2021년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최 정혁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초대 기획전을 연다.

눈 속에서 열린 탐스런 사과나 사과와 꽃을 동시에 달고 있는 사과 나무 가지는 작가가 꿈꾸는 이상향 속의 자연의 모습이다. 매끈하고 빠알간 사과는 시선을 사로잡고 뒷 배경은 무심한 듯 처리해 마치 사진기를 통해 본 듯 공간감을 주어 관람객의 시공간을 뒤바꾼다. 그의 세심한 붓질로 인해 탄생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현실 속 사과를 가짜라고 느낄만큼 실제보다 더 자연스럽다.

최 정혁 작가는 10 여년 이상 이런 '가상 속 실재 (Natural-Topia)'를 표현하는 작품 활동을 해 온 중견 작가이다. 이번 전시회는 5년 만에 열리는 최 작가의 개인전이다. 다양한 크기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최정혁 작품 [자료=갤러리 화이트원]

최 작가의 과일 사과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실재와 혼동을 일으킨다. 오히려 과수원에서 보는 것보다 더 실감나고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사과의 탐스런 색깔과 탱탱한 감촉, 그리고 이슬을 머금은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잡아내고 있다.

최정혁 작품 [자료=갤러리 화이트원]

그의 그림에는 사과에 흰 눈이 수북히 쌓여있거나 봄철에나 볼 수 있음직한 이파리를 목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과가 열리는 계절은 가을이지만 그의 화면에는 겨울과 봄의 풍경이 각각 담겨있어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또 ‘꽃핀’사과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사과 꽃이 봄철에 피는 것을 탱탱하게 영근 사과와 함께 나타내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것은 단지 그림일 뿐 실제와는 괴리되어 있다. 다시 말해 있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이것을 ‘가상의 실재(實在)’로 부르는데 사과를 충실하게 옮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픽션의 세계에 속한다.

최정혁 작품 [자료=갤러리 화이트원]

미술평론가 김연주는 최정혁의 작품은 극사실화처럼 보이지만, 형과 색의 함축적 표현과 자연의 본질 추구를 위한 직관적 표현이 그 의도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품에서 극사실적 묘사기법은 실재 경물의 강조와 생략의 미묘한 관계성으로부터 비롯했다는 것.

김연주 평론가는 그의 작품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서양의 예술적 기법을 토대로 한 이론의 종합화에 기반한다고 본다. 그는 “작가가 창조한 예술적 공간을 ‘실재같은 非실재의 상상유희 공간’이라 규정하는 것은 그 공간이 시각적으로 예술적 쾌감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가 체득한 동서양 고금의 예술적 사유들과 기법들을 직관적으로 운용하고 이를 프레임을 통해 시각화하여 깊이 있는 노닒의 공간으로 확장시켰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최정혁 작품 [자료=갤러리 화이트원]

김연주 평론가는 작가가 펼쳐놓은 非실재의 깊은 열린 공간속에서 자유롭게 노닐어 볼 것을 주문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같은 경험을 누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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