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요즘 보험업계 곳곳에서 로봇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보험사들로서는 쉴 틈 없는 업무에도 지칠 기색 없는 명불허전 '효자 일꾼'이다. 로봇으로 수천 시간의 노동을 아낄 수 있다는 기대가 점점 높아지지만, 역시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여전하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생명이 지난 24일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RPA는 사람이 직접 수행해온 단순 업무의 규칙성과 반복성을 표준화해, 이를 컴퓨터가 자동 처리하도록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시범운영을 거쳐 검증 받은 로봇 시스템인 만큼 업무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높아지고, 직원들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GB생명은 RPA 추진에 앞서 지난해 9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한 바 있다.

DGB생명 관계자는 "사람이 했던 3000시간의 반복 업무를 로봇이 대체하게 된 것"이라며 "우선 19개 과제에 대해 오는 4월부터 RPA 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와 보완 절차를 거쳐 하반기에도 2차 과제를 선정해 업무 전반에 확대 적용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에서 로봇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효율성 강화'다. 특히,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되고,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필수가 된 시대에 연간 수천시간의 노동을 단축하는 '로봇'의 역할이 계속해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많은 보험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RPA 도입 행렬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신한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라이나생명, 오렌지라이프가,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현재 RPA를 도입했거나 적극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RPA는 보험사를 넘어 사회 전반적인 디지털 트렌드"라며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 맡겨야 하고, 직원들도 단순 반복 업무량이 크게 줄면서, 남는 시간에 창의적이고 좀 더 가치가 있는 업무에 투자할 수 있게 돼 당연하고도 필요한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탁월한 능률에 따라 보험사들은 RPA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손해보험도 연초부터 '디지털 중심 업무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RPA를 시범 도입, 향후 정식 운영할 채비를 하고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파일럿 테스트를 도입한 단계로, 버그 및 기타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면서 RPA를 완성하고 있다"며 "롯데손보만의 RPA 구축을 위해 꾸준히 준비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이같은 RPA 도입을 두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그만큼 편해지겠다"고 반기는 반응도 있지만, "로봇에 일자리를 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보이는 소비자들도 있다.

한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전통적으로 채용 인원이 많았던 보험산업도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업무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하다"면서 "코로나19로 로봇의 역할이 더 필요해진다는 걸 이해는 하는데, 이러다 채용 인원도 줄어드는게 아닌 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자리를 절대 위협하지 않는다"며 "RPA 등 로봇을 쓰기 위해 필요한 관리 업무들이 있고, RPA를 통해 더 나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새 일거리가 함께 탄생하기 때문에 되레 일자리 창출의 의미가 강하다"고 답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인력 규모와 RPA 등 로봇 도입은 별개의 문제다"라며 "단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그 자리에 속해 있던 인력을 더 창의적인 업무에 배치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