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몸집줄이기에 나서면서 퇴직금으로만 10억원을 받는 '금퇴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부 은행에서는 희망퇴직자가 은행장을 제치고 '연봉킹'을 차지했다. 해마다 높은 수준의 희망퇴직 보상을 제시하면서 퇴직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 하나·우리銀, '연봉 톱5' 모두 퇴직자..은행장보다 많아

22일 각 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 직원의 연평균 급여는 2017년 9025만원에서 지난해 9800만원으로 3년 새 775만원(8.6%)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300만원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은 800만원, 신한·하나은행은 500만원씩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 중 직원 평균 급여액이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1억400만원)이었다. 이어 하나은행(9700만원), 신한은행(9600만원), 우리은행(9500만원) 순이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연봉킹' 자리는 은행장이 아닌 '퇴직자'가 이름을 올렸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연봉 톱5'는 모두 관리자급 퇴직자들이 차지했다. 이들 5명은 각각 12억원대의 연봉을 받았다. 10억2200만원을 받은 지성규 하나은행장보다 2억원이 넘는 보수를 더 받은 것이다. 특히, 이들 5명 중 4명은 퇴직금으로만 10억원 이상을 받았다.

우리은행 역시 '연봉킹'을 비롯한 '연봉 톱5' 자리를 모두 부장대우급 명예퇴직자가 채웠다. 이들은 지난해 연봉으로 7억6000만∼8억7000만원을 받았다. 5억5300만원을 받은 권광석 우리은행장보다 2억∼3억원씩을 더 받았다. 5명 중 2명은 8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고 3명은 7억원대였다.

신한은행은 11억3000만원을 받아 연봉킹에 오른 진옥동 행장을 제외하고 '톱5'에 든 4명이 모두 퇴직자였다. 이들이 받은 퇴직금은 7억원대 중반∼8억원대 초반이었다.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로 '연봉 톱5' 중 18억6000만원을 받아 연봉킹에 오른 허인 은행장을 제외한 4명이 모두 희망퇴직 직원이었다. 이들 4명 중 3명은 퇴직금이 7억원대였다.

■ 40대까지 대상 확대..최대 3년치 임금에 전직 지원금 등 보상 늘려

은행들은 퇴직 비용이 연간 실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해마다 '보상'을 더 늘리며 중장년층 인력 줄이기에 나서는 추세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은 최대 3년치 임금에 학자금, 전직지원금 등을 더한 '후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더 많은 인원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하도록 유도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을 1964~1967년생에서 1965~1973년생으로 대폭 확대했다. 전년과 동일하게 23~35개월치를 지급하고, 자녀학자금(학기당 350만원씩 최대 8학기)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재취업지원금 규모를 지난해 28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올렸다. 보로금은 200%(기본급 기준)에 격려금 150만원으로 책정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 비용 영향으로 판매관리비가 전년 대비 3000억원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36개월치 평균 임금(관리자급은 27~33개월치)과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원),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이 지급됐다. 예전 특별퇴직금 조건인 24~27개월 평균임금보다 지급액이 늘어났다. 대상도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조건은 전년과 같지만 일반 직원으로 신청 대상을 확대했다. 만 54세 이상을 대상으로 1965년생에 24개월치, 1966년생부터는 36개월치의 급여를 지급했다. 신한은행은 근속연수 15년 이상, 1962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출생년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임금과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창업지원금을 지원했다.

■ 은행권 몸집줄이기 가속화..4대 은행 직원수 3년새 2561명↓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면서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몸집 줄이기'에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4개 시중은행의 직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7896명으로 2017년 말(6만457명)보다 2561명(4.2%) 줄었다.

기간제를 제외한 정규직·무기계약직 등을 따로 떼어보면 감소세가 더 컸다. 기간제가 아닌 직원은 같은 기간 5만7540명에서 5만4743명으로 2797명(4.9%) 줄었다.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같은 기간 2917명에서 3999명으로 1082명 늘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직원 감소 폭이 1293명으로 가장 컸다. 국민은행(625명), 우리은행(475명), 신한은행(168명) 순이었다.

인력 감축과 맞물려 영업점 통폐합·축소 작업이 함께 진행되면서 점포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8년 말 3563개에서 지난해 말 3303개로 2년 새 260개나 줄었다.

하나은행이 102개를 줄여 영업점 감소 폭이 가장 컸고, 국민은행은 85개, 우리은행 56개, 신한은행 17개를 각각 줄였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중복점포 통폐합 작업으로 점포 수 감소가 많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