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 대출 속도 12년만에 '최고'.."올해 3가지 안하면 건전성 우려"

"양질자산 확대, 핵심 비즈니스 강화, 디지털 혁신 필수" 지적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3.08 11:10 의견 0
국내은행 부문별 대출 증가율 [자료=한국금융연구원]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 증가율이 10%를 상회하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이 급증한 뒤 자산건전성 악화가 뒤따른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은 166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이는 2019년 6.2%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로 2008년 14.4% 이후 최고치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대출이 급증한 후 자산건전성 악화가 따라왔던 점과 기업 및 개인사업자의 상환능력이 2016년 이후 지속해서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대출 급증은 국내은행의 중단기적인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기업의 유동성 확보 수요로 대기업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과 중소법인대출도 각각 13.1%, 9.8% 늘어났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각각 13.1%와 8.3%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3분기 중 전분기 대비 5.1% 증가했다.

신용대출의 급증은 주택 및 전세 거래 활성화에 따른 자금 수요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신용대출로 옮겨간 것과 주식 투자자금 수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30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0조6000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급증으로 이자수익자산이 늘어난데다 순이자마진의 하락 효과가 서로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인해 순이자마진은 2019년 3분기 1.55%에서 지난해 3분기 1.40%로 축소됐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구 연구위원은 "일반은행은 가계대출 측면에서 신용대출 축소, 기업대출 측면에서 코로나19 관련 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관리 개시 등 대출 공급 축소요인이 상당하다"면서 "다만 저금리 지속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및 정상화 과정에서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돼 5% 내외의 대출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은행의 2020년 실적은 추세적 측면의 개선보다는 특별한 시장과 정책 주도하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2021년 중 국내 은행산업은 2020년과 달리 정책효과의 점진적인 축소,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디지털 경쟁 구조 심화 등으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산업의 위험요인과 함께 세 가지 경영과제를 꼽았다.

첫 번째는 '양질 자산 확대'를 중심으로 한 리스크 관리다. 대출자산 급증으로 인한 수익 실현은 당기에 인식되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는 미래로 이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중소법인 및 개인사업자 대출증가율과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 추이를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대출증가율이 높게 유지된 후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가 뒤따랐다.

특히, 비금융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은 2016년까지 20~25%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크게 증가해 2019년 34.4%를 기록했다.

구 연구위원은 "대출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후 자산건전성 악화가 후행하며 실물경제 성장 추세를 크게 벗어나는 신용팽창은 금융시스템 리스크 누적의 조기경보지표"라며 "특히 2016년 이후 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로 '핵심 비즈니스 강화'와 '금융의 초개인화 추진'을 꼽았다.

가계금융은 대출 위주 영업에서 대출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연계하는 서비스로 전환하고 기업급융은 심사 및 사업성 평가 역량을 제고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흥진 연구위원은 "초개인화된 서비스 개발을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유언대용신탁 등 고령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기업금융에서는 보증부대출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사업성 평가역량을 제고해 벤처기업 등 기존에 거래하지 않았던 고객군을 신규 고객군으로 편입해 마진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언택트시대에 대응해 전사적 차원의 디지털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채널의 디지털화로 이뤄지는 형태가 아닌 상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와 내부조직, 인사, 기업문화 등 전사적 혁신이 필요하다.

JP모건체이스의 모바일뱅크인 핀(Finn)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화하가 이뤄지지 않거나 목표고객에 대한 기존 조직의 이해나 기업문화의 변화 없이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권 연구위원은 "디지털 채널은 고객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플랫폼적 성격을 갖도록 해야하고, 백오피스의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으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문화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며 전사적인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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