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로 눈돌린 수요자들..거래 늘고 가격도 ‘껑충’

지난달 서울 거래량 전달 대비 8.2%↑..작년 평균 매매가도 올라

박수진 기자 승인 2021.01.17 10:59 의견 0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집값과 전셋값의 고공행진에 주택 수요자들이 아파트보다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장려하는 공공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며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4620건으로 전달(4268건)과 비교해 8.2%(578건) 증가했다. 아직 신고 기간이 2주가량 남아있어 지난달 매매건수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지난해 1∼5월 5000건을 밑돌다가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거셌던 7월 7538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후 7·10 부동산 대책과 8·4 공급대책 등의 영향으로 8월 4350건, 9월 4096건으로 크게 줄다 10월 4649건으로 소폭 반등했다. 11월 다시 감소했다가 지난달 반등했다.

이달 거래는 15일까지 701건으로 아직 증감 추세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363건)의 2배에 육박해 다세대·연립 매수세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도 아파트값이 크게 뛰고 부동산 규제가 더해진 영향 등으로 다세대·연립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한 달이 9월과 10월 두 차례 있었다.

지난달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은평구(493건·10.7%), 강서구(368건·8.0%)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많았다. 송파구(325건·7.0%), 양천구(305건·6.6%) 등 교통·학군 등을 이유로 주택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도 많았다. 이어 강북구(304건·6.6%), 강동구(268건·5.8%), 중랑구(259건·5.6%), 구로구(206건·4.5%) 등의 순이었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증가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전셋값마저 크게 뛰면서 수요자들이 빌라 구매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작년 8월 이후 빌라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작년 7∼12월 5개월 동안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2억9881만원에서 3억1946만원으로 2065만원 올랐다. 이는 직전 2년 동안(2018년 7월∼2020년 7월) 상승분(2078만원)과 맞먹는 액수다.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전셋값도 작년 7월 2억26만원에서 12월 2억1641만원으로 1433만원 올라 직전 2년 1개월 동안 오른 전셋값(1428만원)에 해당했다.

투자 수요도 다세대·연립주택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고 공공재개발 등 기대감에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6·17대책에서 정부는 규제지역의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전세 대출을 통한 ‘갭투자’를 할 수 있다.

또 7·10대책을 통해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를 대폭 손질하면서도 다세대,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은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세금 부담도 적다.

공공이 참여하는 재개발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장위뉴타운에 있는 빌라 전용면적 32.85㎡(대지면적 19.13㎡) 3층은 지난해 7월 2억2900만원에 거래됐는데, 12월 4억12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며 가격이 급등했다. 장위뉴타운은 8·9·11·12구역이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성북구 성북동 성북1구역에 있는 다세대주택 전용 22.35㎡(대지지분 30.31㎡)도 작년 2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해 10월에는 4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쓰며 가격이 6000만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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