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3대 행장 촉각..KT 아닌 금융권 출신 오나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1.15 16:19 의견 0
케이뱅크 화면 이미지 [자료=케이뱅크]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된 케이뱅크가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추가 유상증자와 손익분기점 달성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수장을 잃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는 카카오뱅크, 토스 등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힘든 삼파전을 치뤄야 한다. 초대 행장과 2대 행장처럼 이번에도 KT 출신이 행장을 맡게 될지 아니면 금융 경력이 많은 외부 출신 인사를 영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르면 오늘 차기 행장 후보 내정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를 내정할 예정이다. 후보가 정해지면 다음 달 1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처 차기 행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케이뱅크는 이문환 전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기 행장 선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이 전 행장이 사임 이사를 밝힌 후 8일 임추위를 가동해 차기 행장 후보자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열린 임추위에서는 차기 행장 후보군 추천 방식과 임추위·이사회·임시 주주총회 일자를 특정 짓는 등 행장 선임 절차와 진행 방식을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주주총회 2주 전에 소집 공고문을 내는 만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전인 이날 단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2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이 행장이 연초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하면서 케이뱅크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유상증자를 완료하고 올해 기업공개(IPO) 추진 등을 통해 도약을 노리고 있고 세 번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도 출범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발 빠르게 경영 공백을 채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케이뱅크 초대 행장·2대 행장 모두 KT 출신

케이뱅크는 대형 정보통신(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을 위해 그동안 'KT 출신'이 수장을 맡아왔다. 대주주인 KT가 인사경영권을 갖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초대 행장이었던 심성훈 전 행장은 1988년 KT에 입사해 30여 년 동안 KT 본사와 주요 계열사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 정식 영업을 시작하며 케이뱅크를 이끌었다.

케이뱅크는 출시 직후 한 달 만에 가입자 수 25만명을 넘어서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은행들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계속되는 증자 실패에 자금난으로 대출 영업이 중단되는 등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에 역전을 당하는 등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지며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2대 수장에 오른 이문환 전 행장 역시 KT 출신이다. KT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난해 자회사 BC카드에 케이뱅크 지분 10%를 넘겼고 이후 BC카드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을 34%까지 끌어올렸다.

이 전 행장은 KT에서 기업통신사업본부장, 전략기획실장, 기업사업부문장을 거쳐 2018년부터 2년간 KT 자회사인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3월 케이뱅크 2대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이 전 행장은 취임 이후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고 중단됐던 대출 영업을 재개하는 등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완전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은행 최초 100% 비대면 담보대출인 아담대는 8월 말 추첨제로 첫 판매를 시작한 지 약 3달 반 만에 취급액 20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영업 재개 이후 아담대 상품을 필두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고객 수 219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말 여신·수신 잔액은 6월 말 대비 각각 1조4500억원, 1조4700억원 증가했다.

■KT 출신 인사 전문성 부족 지적..금융권 출신 후보 거론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새로운 수장으로 금융과 ICT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BC카드 외에 우리은행, NH투자증권, GS리테일, 다날, KG이니시스 등 주주사들은 외부 출신 전문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사들은 지난해 이 전 행장 취임 당시 연이은 KT 출신 인사에 따른 불만을 내비추기도 했다. KT 측의 인사가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기순손실 70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742억원)와 비교해 손실이 39억원 감소하는 수준에 그쳤다. 케이뱅크는 중장기 로드맵으로 오는 2022년 흑자전환, 2023년 IPO를 계획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케이뱅크 새 행장 후보로 서호성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생인 서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카드, 현대차증권, 푸본현대생명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2015년부터는 한국타이어로 옮겨 마케팅본부 글로벌마케팅부문 전무, 미주지역본부 본부장 전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략&마케팅총괄 전무 등을 거쳐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 부사장이 다양한 금융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 행장과는 차별화된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당장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서야 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안들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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