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자료=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향후 중고차 판매 업계와의 갈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같이 언급했다.
김 전 무는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거래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대차가 이를 공식적인 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돼 왔다. 기존에 SK엔카를 운영하던 SK그룹은 사업을 매각했다.
지난해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사업의 범위에 대해 중기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다른 사용자 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하면 기존 영세한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현대·기아차가 가진 차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서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중기부는 일단 현대·기아차에 추가 상생 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차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중고판매업도 그동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입해서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중고차 판매업계와의 상생을 조건으로 진출해 이익 없이 '이븐 포인트(even point)'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를 만드는 데에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진출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이 같은 방침이 가시화할 경우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고차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현재 업체 수는 6000여개, 종사자만 5만5000여명에 달한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은 국감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곽 회장은 "현재 케이카가 한 달에 200∼250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 회원사는 15∼16대 정도에 불과해 굉장히 힘들다"며 "여기에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까지 들어오면 우리는 매집을 못 해서 상생을 할 수가 없고 30만명(가족 포함)의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대차는 "아직은 중고차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여건이 갖춰지면 상황을 봐서 추진할 문제이고 진출 방식이나 시기 등에 대해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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