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공기업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가장 많았던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안전예산을 늘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사망건수가 대폭 줄었는 데 이는 김동철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전은 산업재해 사고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사가 총력을 다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전력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전력공사)

2일 한국전력의 '2024년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 예산 집행은 2조5744억9700만원으로 전년 2조3693억7500만원 대비 2051억2200만원 늘렸다. 특히 '안전사업비 및 안전관리'는 예정된 예산인 513억8500만원보다 많은 544억899만원을 투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3대 중대재해인 감전과 떨어짐,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현장 및 장비 개선이 주를 이뤘다. 노후 전력설비 교체와 보강, 건축물 내진 보강을 통한 시설물 안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전 인력도 정원인 1만2555명보다 많은 1만2649명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기관 총 인원 정원(정원 2만3423명·현원 2만3136명)은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 인력을 늘린 점은 이례적으로 꼽힌다.

한전은 그동안 공기업 중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기관으로 꼽혔다. 2020년 11명이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하는 등 이후 매년 5명 이상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이같은 노력으로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2023년 9명에서 3명으로 대폭 줄었다.

일각에서는 안전을 최우선 한 김동철 사장의 예산 집행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김동철 사장은 중대재해 제로화 목표를 제시했다. 안전제도 강화와 현장 관리체계 개선 등 6대 분야 63개 과제를 추진하고 100일 무재해 운동을 통해 안전 최우선 경영을 실천한다는 내용이다.

김 사장은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상식이자 철칙이며 현장과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가 돼야 한다"며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타협 없는 혁신을 추진하고 협력사와 함께 상생하는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산업재해 사고는 시설물 관리 등에 쓰이는 예산 집행과 관련되기 때문에 수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경우 안전 관련 예산을 축소 집행했고 안전인력도 되레 정원보다 적게 운영하면서 각종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코레일이 운영하는 경기도 오산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세마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부품 교체 작업을 하던 40대 작업자 A씨가 손가락에 부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같은달 19일에는 경북 청도군 경부선 선로 근처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시설물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 중이던 코레일 직원 1명, 하청업체 근로자 6명과 충돌해 2명이 숨지고 나머지 5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기관장이 정부의 경영평가를 너무 의식하다보면 효율적인 집행이라는 이유로 실적에 도움이 안되는 안전 관련 예산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면서 "한전은 기관 실적도 우수하고 안전 환경도 나아진다는 점에서 기관장이 예산을 적절히 운영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