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일부 기관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모든 공공기관장이 '정치색'을 지닌 것으로 규정하면서 자칫 소신있는 운영을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조직에 맞는 인사인지를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 일치와 관련해 "긍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여당은 지난 25일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을 보면 ▲기관장 임기의 대통령 임기 일치 ▲임원 임기를 2년, 1회 한정 연임으로 단축 ▲매년 성과 평가를 통한 책임경영 강화 ▲새 정부 출범 후 경영목표 재설정 및 평가를 통한 임원 해임 건의 등을 담고 있다.

사실상 이전 정부 공공기관장을 모두 교체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대해 한 공공기관 직원은 "정부의 철학과 국정운영을 위해 엇박자 방지 차원으로 해당 법안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다만 이전 정부에서 공공기관장이 됐다고 해서 현 정부와 맞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부분은 다른 문제를 생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 교체로 운영 문제로 내부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부를 제외하면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업무 성격이 정부 기조에 따라 변하거나 하진 않는다"면서 "만약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이 바뀐다면 그때마다 새로운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내부 혼란만 부추기게 되고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영평가 및 산업재해 관리 여부 등을 통해 기관장을 유임할 지 결정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전 정부서 임명됐지만 조직 안정 및 성과를 내는 기관들이 더러 있다.

이달 말 임기 만료가 예정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경우 2년 연속 국민연금 최고 수익률을 이끌었고 오랜숙원인 국민연금 개편안 통과에도 힘을 보탰다. 매번 정치적 요소로 혼란을 겪은 국민연금이 모처럼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지난해 4년만에 적자에서 탈출한 후 준수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2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같은기간 70.8% 개선됐다. 물론 안전 관리 측면에서는 여전히 지적을 받고 있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2023년 9명에서 지난해 3명으로 줄어든 측면은 기관에서 노력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보면 우수(A)등급을 받은 기관은 모두 15곳이다. 국민연금과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동서발전과 남동발전, 한국무역보험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속해 있다.

일부 공공기관 구성원들은 우수 등급의 기관장을 정치적인 이유로 교체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인사 하나로 정치적 요소로 혼란기를 겪다가 적합한 수장을 만나 안정을 찾은 기관들이 다시 무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매번 낙하산 논란으로 사기가 꺾였었는데 이번 정부서는 그동안 반복된 잘못된 관행을 멈춰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