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최근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잇따른 안전 사고가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경영평가를 의식한 듯 예산 비축에 들어간 모습인 데 특히 안전 인력을 줄인 영향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안전보다는 재무성과에 집중된 윤석열 정부의 경영평가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전날 발생한 열차 사고에 대한 유관기관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전날 이곳에서는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어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사진=연합뉴스)
1일 코레일의 '2024년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사업비 및 안전관리비' 예산은 2023년 301억8800만원에서 지난해 296억1900만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이 기간 모두 집행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인력도 모두 채우지 않았다. 가령 안전업무 전담부서 인력 정원을 보면 2023년 기준 1만6416명이지만 현원은 1만6279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정원은 1만6595명이었지만 실제 근무인원은 1만6175명이다. 정원을 채우지 않은 문제도 있지만 안전인력이 전년보다 104명 감소한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코레일은 매년 안전 경영에 최우선한다는 입장을 내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이같은 운영 때문인지 코레일은 최근 잇따른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9일에는 경북 청도군 경부선 선로 근처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시설물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 중이던 코레일 직원 1명, 하청업체 근로자 6명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나머지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로 윤 정부 때 취임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지난달 29일엔 코레일이 운영하는 경기도 오산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세마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부품 교체 작업을 하던 40대 작업자 A씨가 손가락에 부상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구조가 이같은 사고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안전보다는 경영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보니 예산을 절감한 기관이 평가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으면 그만큼 성과급도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재무성과가 높은 기관이 경영평가에서 유리한 것은 맞지만 기관장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안전관리 예산을 모두 활용할 수도 있었다"면서 "지난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배점도 문제지만 이 기조에 발맞춘 관계자와 기관장들도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는 지난 정부의 재무성과 중심 평가에서 '안전 및 책임경영' 부문 배점을 상향조정해 공익성을 강화하는 평가기준 개편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