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미국에 209조원 대 투자를 결정했다. 제조업부터 반도체, AI, 방산, 조선업까지 전방위 투자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앉은 우리 기업 총수와 전문경영인은 총 16명이다. 이 자리에서 1500억달러(208조83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자 나라’ 한국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비장의 카드도 대거 포함됐다. 부자나라에 대한 트럼프의 경계심을 풀고, 양국의 긴밀한 협력과 우리 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주머니 속 플랜을 짚어 본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구자은 LS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허태수 GS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이 발표한 208조원 규모 대미투자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AI와 배터리 등 반도체 관련 협력 방안과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방안은 전면에 나왔다. 뒤를 이어 푸드·컬처·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대미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각 사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관련 기업들이 일제히 앞서 발표한 대미투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의 대미투자 방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투자 압박에 대응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상무부 장관이 “투자를 약속하면 1년 내 착공과 같은 구체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대미투자 방안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는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사진=연합뉴스)
■ 롯데그룹, 화학·바이오 등 대미투자 활발..한미 경제동맹 가교 역할
롯데그룹에서는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그룹을 대표해 참가했다. 회사 측은 25일 이후 구체적 투자 방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기존 화학과 바이오 사업 부문 투자 강화와 유통 부문 진출을 모색하는 기회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화학군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미국 켄터키주 엘리자베스타운 근처 미국 첫 양극박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알미늄이 3300억원을 공동투자했다.
2019년 롯데케미칼이 3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직접 초청해 “한국과 같은 훌륭한 파트너는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롯데 화학군은 화학 분야 미국과 한국의 경제 동맹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에 진출해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미국 뉴욕 시큐러스 공장을 인수해 본격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6월에는 시러큐스 공장 내 ADC 생산시설 확장도 완료하면서 고객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사진=연합뉴스)
■ 셀트리온, 미국 공장 설립 빨라지나..GS는 LNG 추가 구매 검토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셀트리온의 미국 공장 인수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지난 7월 미국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입찰에서 글로벌 기업 2곳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셀트리온은 미국 공장 인수에 7000억원(5억 161만달러)을 투자하고 생산시설 추가 증설 시 7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총 1조4000억원(10억300만달러)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본래 오는 10월 초까지 본계약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4분기부터 공장 경영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에는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바이오 산업 분야 대미투자 방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니즈와 부합한다면 인수 협상이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왼쪽부터)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GS그룹의 경우 칼텍스, EPS, 건설, 테크 VC 등 다방면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GS칼텍스와 GS EPS는 미국산 에너지(원유·LNG)를 구매해 왔다.
GS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LNG를 추가로 구매할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향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미국 회사와 주요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 관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 전력시장 및 ESS, LNG Value Chain 등 에너지 관련 펀드 및 기업 지분 투자 등 여러 가능성도 열려 있다. GS그룹은 미국 벤처와 GS사업 관련 기업에 2020년부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미국 찰스 리브킨 모션 픽처(MPA) CEO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재현 CJ그룹 회장, 美 기업인들과 K컬처·푸드 논의
한미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한미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이 모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이 대통령 해외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것은 2023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CJ 관계자는 대미투자 방안 관련해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없어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CJ그룹이 1조1500억원(8억 2400만달러)을 들여 미국을 글로벌 사업의 거점으로 삼고 현지에서 식품, 콘텐츠, 물류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다방면으로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식품 부문에서는 CJ제일제당이 사우스다코타주에 비비고 공장이 2027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CJ푸드빌은 700억원(5016만달러)을 투자해 연내 조지아주에 9만㎡ 규모의 빵 생산공장을 건립을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뚜레쥬르 점포를 적극 확장해 연내 15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미국 LA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미국 1호점을 오픈하기 위한 인력 채용 등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이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CJ ENM은 2021년 11월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알려진 미국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트(전 피프스시즌)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HBO, 넷플릭스 등 글로벌 채널 및 OTT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K콘텐츠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