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SK그룹 내 주도권이 텔레콤에서 하이닉스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SK 이천포럼 2025'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개막연설자로 나선 것은 그룹 내 세력 지형 변화를 보여준다.
이날 개막연설에서 곽 사장은 "불과 20여 년 전 전기료를 아끼려 사무실 형광등을 하나씩 뺐던 회사"라며 "해외출장 때 직원 개인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끊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고 하이닉스 채권단 관리 시절을 생생하게 회고했다.
이천포럼 참석하는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 (사진=연합뉴스)
과거 이천포럼 개막연설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그룹 핵심 리더십이나 계열사 수장들이 순환하며 맡아왔다. 곽 사장의 전면 등장은 그룹 중심축이 통신에서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업계에서는 "AI·반도체 중심 성장으로 그룹 내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서강대 정유신 경영학부 교수도 "지난해가 AI 내재화 단계였다면, 올해는 본격 실전 적용 단계로 볼 수 있다. 주요 프로세스에 AI를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고, 내부 테스트가 끝난 솔루션을 실 비즈니스에 투입하는 전환점이 되는 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총 214조원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72.5% 급등했다. AI 시대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결과다.
곽 사장은 "세계 최초 HBM 개발은 SK 인수 이듬해 이뤄낸 성과"라며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한 미래투자를 지속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반도체 3세대 연속 시장 1위,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이천포럼 핵심은 'AI 실행력 강화'다. SK는 2024년 'AI 내재화'에서 2025년 'AI 실전'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재무구조 안정화 중심의 '운영개선 1.0'에서 벗어나 마케팅 포함 전반적 운영역량 강화의 '운영개선 2.0'으로 전환한다.
곽 사장의 과거사 공개는 SK그룹 리밸런싱 상황과 맞물려 있다. SK그룹은 1년 반간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순차입금을 83조원에서 75조원으로, 부채비율을 134%에서 118%로 개선했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이천포럼이 AI 대전환이 주제였다면 올해는 AI 생태계 확장과 실행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며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자회사 SK온·SK엔무브 합병과 8조원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하며 리밸런싱 마지막 단계를 마무리했다. 전기차 시장 침체로 SK온 재무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곽 사장의 성공담은 그룹 구성원들에게 희망 메시지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