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이더랩 대표


2025년 암호화폐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관련 범죄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암호화폐 해킹 및 사기 피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0% 이상 늘어났다. 약 10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보안 위협은 이제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최근 암호화폐 해킹은 단순한 기술적 취약점 공격에서 벗어나 더욱 교묘해졌다. 해커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 정보를 분석하고, 정교한 피싱 공격을 통해 개인 지갑과 거래소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주요 거래소 해킹 사건은 AI 기반 악성코드가 장기간에 걸쳐 시스템 취약점을 공략한 결과였다.

더 큰 문제는 DeFi와 NFT 같은 신기술을 악용한 새로운 형태의 스캠들이다. 올해 초

‘디파이 폰지 사건’처럼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한 신종 사기는 수천 명의 투자자에게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겉보기엔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전통적인 폰지 사기의 변형일 뿐이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암호화폐 거래소 보안 인증 의무화, 지갑 서비스 제공자 책임 확대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범죄 네트워크의 특성상 추적이 어렵고, 법적 공백도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보안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많은 피해자들이 기본적인 보안 수칙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분석 기술을 활용한 적극적 대응이 시작됐다. 체이널리시스 같은 전문 기업들이 자금 흐름을 실시간 추적하고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도 이런 기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단순한 규제를 넘어 AI와 블록체인 분석 기술을 결합한 예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범죄자들이 첨단 기술을 악용하는 만큼, 우리의 방어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암호화폐 범죄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대응 체계를 재정비할 때다. 단기적으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신속히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실시간 위험 탐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투자자 개인도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숙지하고, 의심스러운 투자 제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성장은 보안 위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 더 안전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