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랩 김경수 대표

AI는 창작의 도구인가, 침해의 주체인가.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부터 생성물의 저작권 인정, 침해 책임, 공정이용 기준까지..2025년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은 근본적인 재정의를 요구받고 있다.

“AI가 그린 그림에 저작권이 있을까?”

이는 더 이상 학자들만의 질문이 아니다. 마케팅, 디자인, 출판, 엔터테인먼트 업계 실무자 모두가 마주한 현실이다. AI가 만든 이미지와 카피가 광고에 등장했다. AI 모델이 배우 대신 브랜드 홍보를 한다. 동시에 ‘이 콘텐츠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커지고 있다. 저작권의 전제는 인간의 창작이다. 그러나 AI 시대, 인간의 개입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 ‘창작자’라는 개념은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AI가 배운 건 누구의 작품인가. AI는 스스로 창작하지 않는다. 수백억 건의 이미지·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유사한 패턴’을 재조합한다. 문제는 그 데이터가 누구의 창작물이었는가에 있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웹에서 크롤링·스크래핑으로 수집된 저작물의 학습 이용이 저작권법상 ‘복제권’이나 ‘전송권’ 침해에 해당하느냐는 점이다.

둘째, 연구·혁신 목적의 학습을 허용하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TDM) 예외 규정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다.

일본과 영국은 이미 TDM 예외를 폭넓게 허용했지만 한국과 미국은 여전히 권리자 보호 중심의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즉 “배우는 행위는 자유인가, 허락이 필요한가”라는 근복적 질문의 AI의 첫 단계에서부터 저작권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AI가 만든 이미지나 글은 과연 저작물일까?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기준은 명확하다.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순수 AI 산출물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2023년 미국 Thaler v. Perlmutter 사건에서 인공지능 ‘DABUS’가 만든 작품은 저작권 등록이 거부됐다. 판결 이유는 단순했다. “창작 주체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

반면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해 구체적인 창작 의도와 편집 과정을 거쳤다면 그 인간의 기여 범위만큼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확산되고 있다. 즉 법적으로 구분되는 두 가지 실무 개념이 등장했다.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인 AI 산출물은 보호 불가, 인간이 AI를 도구로 사용해 창작적 개입을 더한 결과물인 AI 활용 저작물은 보호가 가능한 방향으로 가는 개념이다.

이 구분은 향후 광고·디자인 실무에서도 표준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할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현재 논의는 세 방향으로 나뉜다. ▲AI를 사용한 이용자▲ 모델을 제공한 플랫폼 운영자 ▲데이터를 제공한 학습 데이터 소스 제공자. 예를 들어 프롬프트 입력자가 의도적으로 특정 작가 스타일을 모방했다면 이용자 책임이 크다. AI가 필터링 없이 침해 가능 이미지를 산출했다면 플랫폼에도 공동책임이 논의된다.

최근 중국 법원은 유사 이미지 산출에 대해 AI 서비스 제공자의 복제권·각색권 침해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를 내놓았다. 이는 “AI 제공자도 저작권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AI 맥락에서는 특히 ‘변형성’과 ‘시장 대체성’이 핵심이다. 연구나 교육 목적이라면 공정이용 가능성이 높지만 상업적으로 원 저작물의 시장을 잠식한다면 불리하게 판단된다. 따라서 “AI가 얼마나 다르게 만들었는가”보다 “AI가 원작의 시장을 대체하는가”가 실질적 쟁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생성형 AI 저작물 등록 안내서’를 통해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명확히 드러나야 등록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AI 산출물 표시 의무,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 의무 등 투명성 제도를 포함한 저작권 체계 개편안도 논의 중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책임의 근거를 명확히 남기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AI 시대의 저작권은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창작의 정의를 다시 쓰는 과정이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인간의 지시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의 개입 없이는 보호받을 수 없다.

결국 AI의 시대일수록 인간의 창작은 더 명확히 증명되어야 한다. AI가 무한히 복제하고, 생성하고, 변형하는 시대다. 이제 창작자는 자신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개입했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기술은 창작의 방식을 바꾸지만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