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이더랩 대표

2025년 2월, 글로벌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가 개최한 커뮤니티 투표에서 파이코인(PI)은 86.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1위를 차지했다. 22만 명 이상이 참여한 투표 결과는 파이 커뮤니티의 열정과 규모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이낸스는 파이코인을 상장 후보에서 최종 제외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충격도 컸다.

바이낸스는 투표 결과 외에도 거래 수요, 위험 평가, 규정 준수, 프로젝트의 투명성 등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장 보류 배경에는 ‘BNB체인 기반 프로젝트만 참여 가능’이라는 내부 기준이 있었던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파이코인의 상장 제외는 구조적 한계와 내부 정책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파이코인의 상장이 보류된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제도적 완성도의 부족이다. ▲아직 완전한 메인넷이 오픈되지 않았다. 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출시’라기보다는 ‘준비 중’ 단계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사용자 신원 인증(KYC)이 아직 100%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규제 준수와 자금세탁 방지(AML)는 대형 거래소 상장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토큰 이코노미의 구조적 불투명성도 논란이다. 락업 정책, 유통량, 소각 메커니즘 등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시장 안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파이코인 개발팀의 소통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다. 파트너십, 생태계 확장, 재정 정보 등 프로젝트의 핵심 정보에 대해 명확한 공지를 하지 않거나,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투명한 설명 없이 일방적인 공지만 반복되는 일이 잦다. 이는 커뮤니티의 불신을 키우고 있으며, 실제로 최근에는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개발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커뮤니티의 실망감은 곧바로 시장 반응으로 이어졌다. 상장 불확실성과 대량 토큰 해제(락업 해제) 우려가 겹치며 2025년 34월 기준, 파이코인 가격은 0.562달러대에서 24시간 기준 3~20% 급락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일부는 메인넷 지연, 사업 성과 부족 등을 이유로 단체 행동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상장 지연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신뢰 부족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파이코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사이버캐피탈 창립자가 파이코인을 폰지 구조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일부 국가는 다단계 사기로 분류해 규제 조치에 나섰다. 이 외에도 KYC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 실질 유틸리티 부족, 폐쇄형 메인넷 구조, 파트너십 및 인프라 구축 지연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파이코인은 2019년 스탠퍼드 출신 개발자들이 시작한 모바일 기반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누구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하루 한 번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채굴이 가능하다. 기존 채굴 방식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낮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추천 시스템을 통한 초대 기반 채굴 구조는 폭발적 커뮤니티 성장을 이끌었다. 가입자가 많을수록 채굴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는 다단계(MLM)적 요소로도 평가된다.

일부에서는 파이네트워크를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금전적 투자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실제로 앱 다운로드와 무료 채굴만으로 운영된다. 실질적인 금전 지출이 없는 구조는 피라미드 사기와는 결이 다르다. 다만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 초대 기반 구조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기도 했다. ‘무료 채굴’이라는 접근이 현실적인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실질적 유틸리티가 확보되지 않으면 신뢰를 잃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현재 파이코인은 6000만명 이상의 글로벌 유저를 확보한 상태다. 이는 모바일 채굴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글로벌 커뮤니티 형성 측면에서는 ‘가장 성공한 다단계 채굴코인’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제 다음 단계다. 단순한 유저 수 확보를 넘어 파이코인이 어떤 실질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진짜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파이코인의 향후 상장 가능성은 메인넷의 완성, KYC 100% 달성, 토큰 이코노미의 투명화, 그리고 글로벌 규제 준수라는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일부 중소 거래소에서는 비공식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는 정식 상장이 아니며 보안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파이코인은 다단계 구조를 활용한 모바일 채굴 프로젝트로 성공적인 유저 확장을 이뤘지만 진정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서의 도약을 위해선 상장이라는 이벤트보다 더 본질적인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거래소 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 가지 핵심 가치, 즉 신뢰·유틸리티·투명성·규제 준수다. 이 네 축이 모두 갖춰질 때, 파이코인은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닌 진정한 디지털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