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재계의 연말 조직 개편 무대에 젊은 오너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라 업계 최전선에서 실적과 의사결정으로 평가받는 자리에서 주목받는다. 이들은 부모세대의 노후한 포트폴리오를 손보고 새로운 성장축을 세워야 하는 과제 앞에 놓였다.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글로벌 확장이 겹친 지금이 승부처다. 여기서 내놓는 전략이 기업의 ‘다음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된다. 막을 올린 뉴 리더십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허용수 GS에너지 부회장이 GS그룹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정유·석유화학에 의존하던 옛 포트폴리오를 LNG·전력·신재생·전기차 충전·수소·암모니아로 옮기며 그룹의 ‘다음 10년’ 구도를 짜고 있다.
허 부회장은 2026년 정기 인사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인사에서 GS칼텍스를 이끄는 허세홍 대표도 부회장으로 올라 두 사람이 에너지 전환과 정유·석유화학을 나눠 맡는 투톱 체제를 구성했다.
허 부회장은 취임 이후 ‘넷제로로 이어지는 전환 투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 구조의 동시적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며 2050년 넷제로를 GS에너지 전 사업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석유·석탄에서 직접 돈을 버는 구조에서 벗어나 가스·전력 인프라와 신재생·수소, 전기차 인프라 비중을 키워 저탄소·전력·플랫폼 기반 에너지 회사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은 빠르게 구체적인 딜로 이어졌다. 허 부회장은 2022년 말 자회사를 통해 인천 집단에너지사 미래엔인천에너지(현 위드인천에너지) 지분 100%를 약 1100억원에 인수해 인천·경기 서부 도시가스·열 공급 거점을 넓혔다.
여수 묘도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동북아 LNG허브터미널에는 지분 40% 파트너로 참여해 LNG 저장·하역·배관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며 가스·전력 체계를 다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도 신사업 축으로 열었다. 허 부회장은 2022년 차지비 인수를 결정해 500억원 안팎의 1차 투자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총 975억원을 투입, 차지비 지분 86% 안팎과 경영권을 확보했다. GS커넥트와 차지비를 묶어 3만기에 가까운 국내 최대급 EV 충전 네트워크를 갖추며 전기차 인프라 영역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해외에서는 베트남 롱안 LNG 복합발전과 UAE 수소·암모니아에 베팅했다. GS에너지는 베트남 롱안에 3GW 규모 LNG 복합발전소를 짓는 30억달러(약 4조원대) 프로젝트 착공을 준비 중이다. 2026년 초 착공·2029년 상업운전이 목표다. 2021년에는 UAE 국영석유회사 아드녹의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 지분 10%와 연 20만톤 생산량을 확보해 국내 발전용 혼소·실증 기반으로 잇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GS에너지는 이 같은 전환 투자로 루프탑·도심형 태양광, 전기차 충전, 폐배터리 폐쇄형 재활용, 스마트 전력솔루션, 청정수소·SMR을 잇는 포트폴리오를 그리고 있다. 허 부회장이 정유·석화 밖에서 키워온 LNG·전력·수소·EV 축이 그룹 전체 에너지 전략의 새 몸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지배구조에서는 오너 3세로서의 기반도 뚜렷하다. 허 부회장은 지주사 GS 지분 5.26%를 보유한 오너 일가 개인 최대주주다. 오너 3·4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지분을 쥐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승산은 물류·레저·부동산 임대 등을 영위하는 가족회사다. 지분 100%를 허 부회장과 자녀가 나눠 갖고 있다. 승산에서 나오는 고배당이 허 부회장 일가의 안정적인 현금창출 기반으로 꼽힌다.
재계 안팎에서는 GS가 지분과 사업 성과를 함께 보는 구조인 만큼 허용수 부회장이 쌓아온 전환 투자 실적과 지주사 지분, 비상장사 승산을 통한 현금 기반이 향후 승계 구도에서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 부회장이 LNG·전력·수소·EV로 짠 전환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실적으로 입증하느냐가 GS 후계 경쟁의 최대 변수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