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통신사들이 올해 해킹 사고로 홍역을 앓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에서는 수장 교체 카드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리더십 재편이라는 강수를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왼쪽부터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유영상 SKT 대표, 김영섭 KT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와 KT를 중심으로 CEO 교체설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다.

SKT의 경우 이르면 이날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가 결정된다. 통상 SK그룹 인사는 12월 초에 이뤄졌지만 올해는 이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다. 다음달 CEO 세미나에는 새로운 사장단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CEO의 경우 교체가 유력하다. 대규모 해킹 사고를 겪은 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으로 옮겨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후임자로는 정재헌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물망에 올랐다. 판사 출신으로 2020년 SKT에 입사해 법무2그룹장과 뉴비즈법무그룹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임명이 이뤄진다면 창사 이래 첫 법조인 출신 CEO가 된다.

최근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KT도 수장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김영섭 대표의 경우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았다. 그는 지난 14일과 21일, 2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사태 수습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사퇴를 포함해 마땅한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다음달 4일 이사회에서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KT의 경우 지배구조 문제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킹 사고에 대해서도 낙하산 인사로 인해 전문성이 결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1일 국감에서는 외압에 대한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최종사장후보가 CEO 선임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영화가 이뤄진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권 교체기마다 리더십이 흔들리는 형국”이라며 “AI 등 신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