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전통을 지키는 것은 과거를 답습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 전통에 대한 더욱 깊은 인식을 갖게 된다.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은 우인기 감독은 전통에 대한 남다른 신념을 가지고 전통 예술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문화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오랜 기간 동안 공연 기획과 연출을 맡아온 그가 전통의 무대에 AI와 미디어를 접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9월 26일~28일 충북 영동군민운동장에서 열릴 예술제를 앞두고 전통을 매개로 한 공연 예술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우인기 예술감독(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전통 문화예술과 대중의 거리감 좁혀야”
우인기 감독이 전통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국악을 전공한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악을 전공하며 지금까지 전통문화와 함께 해 왔다. 우리의 전통 음악이 가진 깊이와 힘에 매료되었고, 단순히 연주하는 것을 넘어 이 아름다운 전통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함께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무대 위에 전통과 현대 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부천세계무형문화엑스포’ 총감독을 비롯해 여러 무대를 연출한 경력이 있는 그는 “전통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유기체”라며 자신의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갖게 됐다.

특히 이번에 열리는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는 ‘전통과 기술의 만남’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이러한 방향 설정에 대해 우 감독은 “현재 우리의 민속 예술은 계승과 발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경연을 통해 전통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항상 틀에 박힌 형식적인 대회가 아닌 누구나 함께하고 배려하는 ‘축제형 경연대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전통에 대한 젊은 세대의 거리감을 좁히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과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첨단 미디어 기술과 접목을 시도했다. 한국민속예술제가 단순히 경연의 장을 넘어, 전통 예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는 변화의 시작을 예고한다.

AI 딥페이크 LED퍼포먼스 이미지(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AI 복원 난계 박연 선생-미디어 아카이브 타워 기대감 상승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내용 중 하나로 ‘AI 난계 박연 선생 복원 퍼포먼스’를 꼽을 수 있다. 우 감독은 난계 박연 선생에 대해 조선 세종 시기의 문신인 그는 우리 국악의 기초를 다진 위대한 음악가이자 이론가로 꼽는다.

AI와 딥페이크 기술로 박연 선생을 복원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인물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지혜가 현재의 기술을 만나 새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상징적인 행위로 규정한다.

“박연 선생이 무대 위에서 직접 ‘전통과 기술의 만남이 곧 예술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전할 때, 관객들은 우리의 전통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지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펼쳐지는 LED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는 무대를 통해 국악을 대중적으로 재해석하고, 전통 음악이 갖는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게 된다”고 이번 예술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로이 선보이는 ‘미디어 아카이브 타워’는 이번 한국민속예술제의 또 다른 핵심 콘텐츠다. 우인기 감독은 “전통 예술의 가장 큰 자산은 그 역사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65년간 한국민속예술제가 걸어온 길을 기록한 ‘미디어 아카이브 타워’는 그 자체로서 축제의 역사 박물관이자 타임캡슐이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기록들을 디지털 영상으로 재구성 해 관람객들이 한 자리에서 우리의 민속 예술이 어떻게 변천해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고안한 끝에 선보이게 됐다. ‘미디어 아카이브 타워’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상상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우인기 감독은 “전통은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문화”라며 “전통 예술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가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지 느껴주시길 바란다”며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에 대한 성원과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