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재명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 한 달, 고삐 풀렸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총량 규제 압박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고 나선 것이다.

소위 ‘갭투자’ 통로로 지목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막고 이례적으로 대출 지표금리까지 바꾸는 등 전방위적인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5대 시중은핸 본점 전경 (사진=각사)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약 4조138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6조7536억원)을 기록했던 6월과 비교해 40%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올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다.

이는 지난 6월 말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영향이 본격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6월에 몰렸던 선수요가 잦아들고 7월부터는 은행의 심사 강화와 맞물려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6.27 대책의 핵심은 각 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의 50%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하반기에만 10조원 이상의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서둘러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가장 먼저 ‘갭투자’의 주요 통로로 지적돼 온 조건부 전세대출이 타깃이 됐다.

신한은행은 6일부터 오는 10월까지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이나 선순위 채권 말소를 조건으로 하는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또 1주택이상 보유자의 전세대출 취급과 타행 대환 자금 용도로의 취급도 제한된다.

신한은행 측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실수요자 위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한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달부터는 일부 신용대출 상품 3종의 판매를 중단하며 추가로 고삐를 좼다. 우리은행은 작년부터 전국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6월 말부터 수도권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6월부터 다른 은행의 주담대를 자행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한도 축소와 취급 제한 조치에도 총량 관리가 어렵다면 은행들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6개월 변동금리를 금융채 6개월 중심으로 개편한다. 오는 8일부터 기존에 변동형 주담대, 전세대출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대신 금융채 6개월물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은행들은 변동형 주담대는 코픽스를, 고정형은 시장금리인 금융채 5년물을 지표로 삼았다.

코픽스에서 금융채 6개월물로 지표 금리가 바뀐다고 해서 당장 금리가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기에 상대적으로 인하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 채권 시장의 단기금리만 반영되는 금융채 6개월물과 달리 코픽스는 실제 예·적금 금리가 반영돼 단기 금리 흐름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2.54%, 전날 기준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2.52%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금융채 6개월물은 지난달 2.502%로 연저점을 찍은 뒤 오름새로 돌아선 상태다. 반면 코픽스는 올 들어 매월 0.1%포인트대 낙폭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한 달 후행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오는 15일 발표될 예정인 7월 코픽스의 경우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은행들의 자구 노력은 금리 인하기에도 주담대 금리가 ‘나홀로’ 상승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기준금리에 더하는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조절하고 있으며 이는 하반기에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총량 목표 달성 압박이 거세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문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