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면세업계 실적 회복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국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면세점 방문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만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과 협상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29일 호텔신라의 2분기 경영실적자료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TR부문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한 850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113억원 손실로 적자로 돌아섰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면세점 월 임대료는 각각 3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사진=신세계면세점)
공항점 등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4% 증가했지만 국내 시내점 매출이 같은 기간 3.2% 줄어들면서 수익성에 직접적 타격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공항점 매출 증가에도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이익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면세부문이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업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호텔신라 TR부문은 공항 트래픽 증가와 도매채널 비중 확대에 따라 매출액은 늘었지만 전체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는 환율 및 볼륨 유지 전략에 따른 마진 하락과 공항면세점 고정비 부담이 전체적인 실적을 하락시켰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폐점 효과로 인한 이익 개선이 기대되지만 인천공항 내 영업 면적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임차료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낙찰결과에 따라 현재 면세구역 DF1~5구역 중 DF1·DF3을 신라면세점이, DF2·DF4를 신세계면세점이 사용하고 있다. 양 사의 월 임대료는 각각 3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공사과 임대료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법원에 민사조정 신청을 제기했던 인천공항 면세점 수수료(임대료) 협상 결과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법원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 조정에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공항공사는 내달 14일에 열리는 2차 조정기일에도 불참석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선 여객 수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 하지만 여객 수가 늘어도 실제 면세점 매출은 그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매출은 줄거나 제자리걸음인데 여객 수 증가에 따라 임대료 부담만 커지면서 면세점들은 막대한 고정비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면세 매출의 70%를 차지했던 다이공들의 구매가 크게 줄었고 면세 큰 손이던 단체관광객(유커) 유입이 부진하면서 송객 수수료 부담이 높아진 탓이다. 개별 여행객들의 증가로 면세점 유입 고객도 줄었고 K뷰티 상품 위주로 구매가 이어지면서 객단가도 낮아졌다.
양 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인천지방법원은 지난주 회계법인 등 전문 기관에 임대료 적정성 감정을 의뢰하는 감정촉탁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재 임대료 적정에 대한 감정 절차가 진행 중이며 조정에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런 경우 법원 직권의 강제 조정에 인천공항도 응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는 조정이 결렬될 경우 위약금을 물고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법원의 감정 결과와 향후 조정 절차에 따라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질 것이며 이는 국내 면세업계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