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삼성물산이 올해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 압구정 2구역 수주전에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유명 건축설계사와 주요 시중은행과의 협업 측면에서 경쟁자인 현대건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현대아파트 등 이른바 '현대 거리'라는 상징성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의 총력 대응도 주목받고 있다.
압구정 2∼5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전체 조감도 (사진=서울시)
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압구정 2구역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는 모습이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은 지난 1982년 준공된 현대아파트 9·11·12차 단지(1924채)를 2571채 규모의 신축 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약 2조4000억원·자산 추정액은 10조원으로 국내 재건축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아직 조합원과 접촉이 허용되지 않는 입찰 공고 전이지만 벌써부터 삼성물산이 초반 승기를 잡았다고 보는 배경은 주요 시중은행 및 글로벌 건축설계사와 협업 등의 이유다.
삼성물산은 해당 구역 입찰을 위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업비의 안정적 조달과 조합원 금융부담 경감을 위한 목적이다.
게다가 노만 포스터가 이끄는 건축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Partners)'와 협업도 내세웠다.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파크를 비롯해 비롯해 런던 시청사, 홍콩 HSBC 본사, 두바이 ICD·브룩필드 플레이스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설계했다. 노만 포스터는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등 건축 거장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의 이러한 협업은 과거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도 효과를 본 전략이다. 삼성물산은 앞서 현대건설과 맞붙었던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세계적인 조경설계 그룹인 'SWA'와 협업 등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은 바 있다. 유명한 글로벌 업체가 참여하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면이나 향후 가치면에서 주목받을 호재로 판단되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주전은 용호상박이 될 것 같다"면서도 "사실 수주전은 흔히 기싸움이라고 하는데 삼성물산이 올초 한남4구역을 가져오면서 우위에 있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남4구역에서 승기를 잡은 배경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글로벌 업체의 참여는 여론적인 면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에도 협업 등을 통해 초반 기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회사의 신용도가 높아서 경쟁 건설사보다 조달 금리가 더 낮은 장점이 있고 이를 활용해 최적의 조건을 위한 협력 은행을 늘릴 계획이다"면서 "이 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최적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선제 공격에 현대건설도 맞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하나은행과 협업 등 최근 시중은행 5곳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외국계 은행과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현대아파트는 압구정의 상징적인 느낌이 있어서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공개하기 이르지만 내부적으로 글로벌 업체 등과 협업 등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