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쿠팡이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앱 내 끼워팔기를 했다는 혐의가 공정위 심의에 오른다. 시장지배적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일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보다 더 엄중한 제재가 내려진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이 배달 앱 쿠팡이츠를 쿠팡 회원들에게 끼워팔았다는 의혹을 조만간 전원회의에 올려 심의한다. 공정위는 쿠팡에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의견 제출을 기다리고 있다.
쿠팡이 배달 앱 쿠팡이츠를 쿠팡 회원들에게 끼워팔았다는 의혹에 공정위 심판을 받는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은 와우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쿠팡이츠 알뜰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쿠팡 플레이를 무료 제공해 결과적으로 끼워팔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5조 1항에 규정된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보고 있다. 이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행위가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심사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쇼핑으로 확보한 영향력을 배달앱 시장으로 부당하게 전이시켜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했다는 취지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전원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위원회 차원의 결론이 된다. 공정위가 쿠팡이 시장지배적사업자라는 공식 판단을 내린 적은 아직 없다.
쿠팡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보려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쿠팡을 포함한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 되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은 약 259조원이다. 같은 해 쿠팡의 매출액은 약 36조원으로 점유율이 13.9%에 그친다.
공정위는 쿠팡의 끼워팔기 의혹 등을 조사하면서 온라인 쇼핑을 분야별로 세분해 쿠팡의 시장 점유율을 새롭게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전원회의에서 쿠팡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쿠팡 청문회에서 쿠팡의 점유율이 "확인한 바로는 39% 정도"라며 "세 사업자의 점유율이 85% 정도 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비중은 점유율만 보면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하면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일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는 관련 매출액의 4%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데 더 강하게 제재할 수 있는 것이다.
매출이 없거나 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부과하는 정액 과징금 한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20억원, 그렇지 않은 경우는 10억원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시장지배적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공정거래법 45조에 규정된 불공정거래행위 금지를 위반했다는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쿠팡이 쿠팡이츠를 끼워팔기했다고 전원위원회가 판단하면 시정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의 내용에 따라 쿠팡이츠의 확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쿠팡이츠의 2024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37.5% 신장한 1조8819억원, 순이익은 142.7% 뛴 134억원이었다.
공정위는 쿠팡에 여러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각종 혜택을 경쟁 업체보다 같거나 더 낮게 하도록 이른바 최혜 대우를 강요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와우 회원에게 주어지는 할인 혜택을 실제와 다르게 부풀려서 광고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로도 공정위 전원회의 혹은 소회의 심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