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랩 김경수 대표
AI는 이제 마케팅 실무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광고 문안 작성, 배너 이미지 제작, 고객 데이터 분석, 캠페인 리포트 정리까지 과거 며칠씩 걸리던 일이 몇 분 만에 끝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효율과 속도를 극적으로 높였다. 그러나 그만큼 현장의 질문도 커졌다.
“이러다 내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AI는 마케터의 손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머리를 대신하진 못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방향이다. 인공지능이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동안 인간은 여전히 ‘무엇을’ 만들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AI가 만드는 것은 ‘결과물’이지만, 인간이 만드는 것은 ‘의미’다.
AI가 마케팅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대체하는 영역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와 창작 서포트다. 콘텐츠 제작을 돕는 일과 카피라이트와 기획 아이디어 회의를 함께 해준다. 숫자와 데이터 분석, 검색광고 키워드 분석, SNS 포스팅 일정 관리, 이메일 자동 발송, 캠페인 리포트 작성은 이미 다양한 업무의 영역를 AI가 수행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들은 AI를 통해 광고 효율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도 인건비를 40% 이상 절감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썸네일, 배너, 카드뉴스처럼 단순한 비주얼은 이제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만든다. 마케터는 더 이상 “무엇을 올릴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무엇이 브랜드의 본질을 표현하는가”를 묻는다. 손의 노동은 줄었지만, 머리의 일은 오히려 많아졌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은 감정과 맥락이다. 챗GPT가 글을 써도 브랜드의 어조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고, 미드저니가 이미지를 그려도 브랜드의 감정을 입히는 것은 디자이너다. AI가 고객을 분류하더라도, 그 데이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낼 메시지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인간은 스토리를 만든다. 기계가 실행한다면, 인간은 의미를 설계한다. 마케터의 일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에서 ‘콘텐츠의 이유를 설명하는 일’로 옮겨가고 있다.
AI 시대는 직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바꾸는 시대다. 이미 새로운 마케팅 직무들이 생겨나고 있다. AI 프롬프트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창의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AI 퍼포먼스 플래너는 광고성과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전략을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에 인간의 감성과 브랜드 스토리를 입히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모두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기술을 조율하는 능력, 바로 그것이 AI 시대 마케터가 갖춰야 할 새로운 경쟁력이다.
AI 시대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마케팅 직업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AI의 확산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전문성의 재구성’이다. 앞으로의 마케팅 산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AI 브랜드 플래너는 인공지능이 분석한 방대한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브랜드 전략의 방향을 세우는 전문가. ‘감성적 브랜딩’과 ‘데이터 기반 브랜딩’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AI 크리에이티브 큐레이터는 AI가 생성한 수백 개의 이미지, 문구, 콘셉트 중 브랜드 정체성과 어울리는 결과를 선별하고 편집하는 사람. ‘AI의 결과물에 인간의 취향을 입히는’ 역할이다.
AI 챗봇, 음성 비서,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을 통해 고객과 브랜드가 대화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직업. 기술의 접점에 감정을 더해주는 ‘경험 중심 설계자’가 될것이다. AI 윤리 마케터라는 직업이다. 생성형 AI의 저작권,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이슈를 관리하고 브랜드가 기술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도록 조율하는 역할.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마케팅’으로 확장된다.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판단력과 인간 감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즉 기술이 일을 만들지만, 그 일을 ‘의미 있는 일’로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이런 직업군 역시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카테고리별 분류가 아닌 피룡에 의해서 개인들이 새롭게 만들어서 활동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에 따라 마케터들에게는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선별해 내는 감각이 필요해졌다.
마케터는 AI 감각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원리를 이해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AI에게 “무엇을 만들어 달라”가 아니라 “왜 그것이 필요한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미 절반은 앞서 있는 셈이다. 그래서 무조건 써보고 경험 해봐야 한다.
인간 감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느낌’을 읽는 감각이다. 클릭률보다 중요한 것은 그 클릭이 만들어내는 감정이다. AI가 수치를 제시하더라도, 그 안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적 사고가 더해져야 한다. 기술·콘텐츠·데이터를 하나의 서사로 엮는 능력이다. AI가 분절시킨 정보의 세계를 인간은 다시 ‘맥락’으로 묶는다. 결국 브랜드의 힘은 기술이 아니라 서사에서 나온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이다. AI는 마케터의 손을 대신하지만, 머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기술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지만,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다. 앞으로의 마케터는 도구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술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며 그 통찰로 사람과 브랜드를 이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AI가 마케팅의 방식을 바꿨다면 인간은 마케팅의 철학을 바꿔야 한다. AI가 코드를 짜고, 인간이 의미를 만든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는 인간의 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