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은영 기자] 공연 연출가 김희신 감독이 AI 기술로 무형문화를 복원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희신 감독이 전주에서 열린 ‘2025 무형유산축전’의 특별 주제 공연 ‘소리로 남은 이름, 조공례’는 첨단 딥페이크와 딥보이스 기술로 ‘남도 소리의 거목’으로 알려진 고(故) 조공례 명인을 복원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파격적인 오마주 무대의 중심에 ‘AI 무대 도입의 선구자’로 불리는 연출가 김희신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이미 올해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조선시대 악성(樂聖) 박연을 AI 딥페이크로 무대에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기술의 한계를 넘어 무형유산의 미래를 제시했던 그가 우리 소리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남도들노래 명인 조공례를 선택했다.
23일~26일 개최된 공연은 단순한 AI 기술을 활용한 쇼가 아니라 굴곡진 삶을 소리로 이겨낸 조공례 명인의 인생 드라마를 무대 위에 완벽하게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기술은 예술을 위한 도구일 뿐 감동이 핵심”이라는 예술과 인생에 대한 기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AI로 복원된 조공례 명인과 명인의 막내딸 박동매 선생의 협연 (사진=티밥미디어)
AI로 복원된 조공례 명인은 “이 몸이 이렇게 다시 세상에 나서게 될 줄, 꿈엔들 생각이나 했겄소?” 그리고 이어지는 명인의 한마디는 이번 공연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였다.
“소리란 게 그냥 소리만이 아니었소. 그게 삶이었고, 밥이었고, 우리네 희망이었지라. 무형유산이 살아있다는 건 바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허니께요.”
김희신 감독은 조 명인의 삶이 곧 소리의 원천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기술을 통해 그 소리의 생명력을 극대화했다. 딥페이크와 딥보이스로 구현된 표정과 사투리는 관객들에게 명인이 진짜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무형유산이 가진 시간을 초월한 가치를 생생하게 증명했다.
이번 무대가 특별한 이유는 기술력 과시를 넘어 인간적인 감동을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 꼽힌 ‘상사소리’ 협연에서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AI로 복원된 명인이 선창하고 명인의 막내딸이자 뒤를 이은 예능보유자 박동매 선생이 후창했다.
남도들노래보존회가 합창하는 구성은 조정옥-조공례-박동매로 이어지는 3대 소리 가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희신 감독은 복원된 조공례 명인을 통해 “멀리 진도서 내 자식들이자 제자들인 남도들노래보존회 소리꾼들이 불원천리 왔는디 나 조공례랑 함께 부르는 ‘상사소리’ 한번 들어 보실라요?”라며 지극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말의 나눔을 시도했다.
AI 기술이 잊혀진 예술가의 ‘부재’를 메우고, 후대 예술가들과 감동적인 ‘연결’을 만들어냈다.
박연에 이어 조공례까지 김희신 감독은 무형유산을 AI로 무대화 한 선구자로서 “기술은 잊혀진 가치를 되살리는 도구”라고 역설한다.
이번 무대는 ‘2025 무형유산축전’의 성공을 넘어, AI 시대의 예술 연출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