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HD현대가 글로벌 조선 시장의 격변 속에서 ‘한 몸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단순한 조직 효율화가 아니다. 2035년 매출 37조원, 방산 10조 원을 내건 ‘K-조선의 생존법’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각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각각 98.54%, 87.56%의 찬성률로 합병안을 가결했다. 양사는 12월 1일 새 통합법인 ‘HD현대중공업’으로 공식 출범한다. 글로벌 방산·상선·친환경선 시장을 아우르는 종합 조선그룹으로 재편에 나선다.

HD현대의 합병 결정은 글로벌 조선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 나온 전략적 선택이다. 중국은 CSSC와 CSIC를 합병해 연간 2000만 CGT에 달하는 초대형 조선소를 세웠다. 일본 역시 이마바리조선이 재팬마린유나이티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대형화를 가속 중이다.

HD현대는 이런 판도 속에서 ‘방산’과 ‘초격차 기술’을 돌파구로 삼았다. 이달 26일 미국 헌팅턴잉걸스와 상선·군함 설계 및 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며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향후 30년간 300척 규모로 예상되는 미 해군 조선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양사 합병으로 HD현대중공업의 방산 기술력과 HD현대미포의 도크 및 생산 인프라가 결합됐다. 중공업은 군함 수출 실적은 앞서지만 대형 도크가 없었다. 미포는 4개 도크 중 2개를 방산 전용으로 전환할 여력이 있으나 라이선스 부재로 진입이 막혀 있었다. 이 약점을 합병으로 보완한 셈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필요성과 전략적 효용성을 주주들 역시 인정한 것”이라며 “양사의 역량과 노하우를 총결집해 미래 조선 시장을 지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2030년 매출 32조원, 2035년 37조원 달성을 목표로 뒀다. 특히 방산 부문은 연평균 21% 성장해 2035년 10조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상선 4%, 엔진 3%, 해양·에너지 13% 성장도 예측된다.

유휴 도크 재가동과 R&D·설계 조직 통합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LNG·수소선·쇄빙선 등 친환경 고부가 선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기술 개발 리스크는 낮추고, 공기 단축과 품질 향상이 기대된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SK증권 한승한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은 방산 MRO·LNG선 중심의 고부가 선종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지주사 가치를 포함한 추가 상승 여력도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보호무역, 중국·일본 조선사 대형화는 변수다. ‘마스가 프로젝트’ 등 핵심 사업 대응 전략 마련이 합병 시너지 실현의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