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 전환 프로젝트 중 그룹 자체 투자 약속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겼다.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능동적 참여자’로서의 면모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하나금융그룹)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은 6개 관계사가 참여하는 4000억원 규모의 ‘하나 모두 성장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 조성을 확정했다. 이번 모펀드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2030년까지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의 첫 실행 단계로 평가된다.

타 금융지주 역시 조 단위의 그룹 자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계열사별 구체적 출자 규모나 명확한 운용 계획까지 내놓은 것은 하나금융이 처음이다. 생산적 금융 전환의 실행 주체로서 금융기관의 주도적 역할을 보여주는 선도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모펀드는 그룹 관계사 6곳이 내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출자해 4년간 총 4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를 기반으로 매년 1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해 4년간 총 4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하나벤처스가 모펀드 운용사로 참여하며 정책출자기관이 선정한 벤처펀드와 매칭 출자해 국가전략 첨단산업인 ABCDEF(인공지능, 바이오·헬스케어, 콘텐츠·문화, 방위·항공우주, 에너지, 제조업)에 집중 투자한다. 하나벤처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모펀드를 운영해 본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신속한 실행은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하나금융은 최근 함영주 회장과 그룹 사장단, 임직원이 참여한 ‘2026년 그룹 경영계획 워크숍’을 개최하고 생산적 금융 공급 확대를 핵심 주제로 선정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하나 모두 성장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의 조기 결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타 금융지주들도 각자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그룹 자체 투자 계획을 포함시켰다. KB금융은 15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펀드 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신한금융은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투자로 10조~15조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원,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 총 7조원의 투자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타 금융지주들은 투자 규모와 계획만 제시한 상태다. 계열사별 구체적 출자 규모나 운용 주체, 방식 등 세부 실행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하나금융은 6개 관계사의 참여와 연간 1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출자 규모, 그리고 하나벤처스라는 명확한 운용사(GP)까지 확정하며 ‘계획’이 아닌 ‘실행’ 단계로 가장 먼저 진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라는 큰 계획을 수립했고 이제 그 세부 단에서 하나씩 하나씩 이행해야 한다”며 “계획에 맞춰 신속하고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이번 모펀드 조성은 생산적 금융의 ‘능동적 참여자’로서 그룹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 선순환을 이끄는 독자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금융이 생산적 금융의 능동적 참여자로서 국가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이번에 조성한 펀드가 벤처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속 가능한 성장 지원 및 미래성장 동력을 키워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