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3년 만에 방한한 빌 게이츠가 한국을 글로벌 백신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만남에서는 10년간 축적된 백신 개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등 저소득국 백신 공급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은 오늘 이재명 대통령과 오전 접견을 갖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백신 분야 글로벌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이천포럼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게이츠 이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최태원 회장 외에도 다른 주요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게이츠가 창업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업체 테라파워에 투자한 HD현대, SK이노베이션 등과의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번 방한 목적으로 '한국의 혁신 역량을 활용한 국제 보건 강화'를 명시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재단의 국제 보건·교육 사업과 백신 보급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에는 트레버 먼델 게이츠재단 글로벌헬스 부문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이 동행한 점이 주목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역량을 재단 공익사업과 본격 연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게이츠재단은 2000년 유엔개발계획, 한국 정부와 함께 서울대에 국제백신연구소(IVI)를 설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해 백신 개발을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게이츠재단은 아프리카 등에 백신을 많이 공급한다"며 "소아마비 백신 등 단일 백신을 개발하는 곳들에 연구비를 지원해 값싸게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과 게이츠재단의 본격 협력은 2014년 시작됐다. 게이츠재단은 장티푸스 백신 임상연구에 490만 달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400만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입하며 총 1890만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2022년 게이츠 이사장 방한 때도 최태원 회장과 만나 팬데믹 대응 백신·치료제 연구개발 지속과 저개발국 백신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재방한은 그간의 협력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해석된다.
이번 만남에서는 백신 연구개발과 제약·바이오 협력 확대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재단이 추진하는 '마이크로니들 백신 전달·자가투여형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게이츠재단이 설립에 기여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을 통한 저소득국 공급 확대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GAVI는 2023년 기준 1.1억명의 아동에게 백신을 보급해 세계 5세 미만 사망률을 23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게이츠재단은 자금 지원을 넘어 글로벌 유통망과 규제 당국 네트워킹까지 제공하는 종합 파트너"라며 "이번 협력 확대로 한국 백신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크게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