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번 주 KB금융을 시작으로 4대 금융지주가 2분기 어닝시즌에 돌입한다. 상반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 유력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실적보다 하반기 주주환원 규모에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KB금융을 필두로 25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이 연이어 올해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가이드의 실적 전망치를 보면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약 5조111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10조원을 무난히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실적 자체는 회사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과 환차익 효과에 힘입어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KB금융은 전년도 일회성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 우리금융은 신규 투자 비용 발생 등으로 순이익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로 보면 2분기 당기순익은 KB금융 1조6413억원, 신한금융 1조4700억원, 하나금융 1조1221억원, 우리금융 8784억원으로 전망됐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카드 등 비은행 부문 자회사들의 실적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가 더해지며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금융지주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가 상당부분 상향된 상황인데 상향된 컨센서스마저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미 예상된 호실적보다는 각 금융지주가 내놓을 하반기 주주환원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각 사의 목표치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재원으로 한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KB금융의 행보가 주목된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밸류업 프레임 워크를 도입했다. 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올해 총주주환원율이 54%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반기에만 7000억~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경쟁적으로 주주환원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하반기 5000억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분기 배당 확대를 통해 약 45~46%의 주주환원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금융 역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자사주 매입·소각과 분기 균등배당을 통해 46% 수준의 환원율을 예고했다. 우리금융도 하반기 15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며 CET1 비율과 연계한 단계적 환원율 상향 계획을 밝힌 상태다.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실적과 주주환원율이 모두 사상 최대치 경신에 도전하는 만큼 이는 주가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확대는 금융지주사 주가 부양과 주당가치 증대에 직접 기여하게 된다.
비과세 배당 등 주주친화적 정책이 대폭 강화되고 있으며 밸류업 정책과 연계해 기관·외국인 투자자 유입도 확대되고 있다. 각 사의 CET1 비율, 실적 개선 속도에 따라 추가 환원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 추진 등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감안할 때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는 우호적인 정책 환경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출 성장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환율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주주환원율 제고를 위한 충분한 CET1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