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홈플러스의 인가전 M&A 신청으로 홈플러스 통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에서는 MBK의 2조5000억원 보통주 무상 소각 결정으로 실질적 매각 대금은 1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담당하는 삼일회계법인의 권고로 법원에 신청한 인가 전 M&A 승인 여부가 빠르면 이번주 결정된다.
삼일회계법인 실측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향후 10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잉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약 2조5000억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산가치는 약 3조7000억원으로 약 1조2000억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가 법원에 신청한 인가 전 M&A 승인 여부가 빠르면 이번주 결정된다.(사진=연합뉴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에 책임감을 통감하는 모습이다. MBK 측은 지난 13일 2조5000억원 규모 홈플러스 보통주를 무상소각하고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돕겠다고 밝혔다.
MBK 측은 “인가 전 M&A가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는 인수인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활용해 회생채권 등을 변제하고 대폭 부채가 감축된 상태로 정상회사로 경영될 것”이라며 “이미 대한통운, 팬오션, 대한해운, 쌍용자동차, 이스타항공, 팬택 등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이와 관련 청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를 진행하고자 하며 MBK 파트너스는 이와 같은 홈플러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는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이 경우 인수대금이 MBK파트너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홈플러스 회사 자체로 유입되어 부채를 갚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MBK는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더라도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이례적인 매각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홈플러스의 매각가가 1조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방식은 매각 과정 전반에 걸쳐 서울회생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며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으면 회생 절차를 승인하지 않고 청산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가 전 M&A가 성공하려면 채권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회생계획안에 새로운 인수자의 경영 계획이 반영되며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MBK의 투자금 포기 및 인수자 지원 결정이 법원의 인가전 M&A 결정 판단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홈플러스가 추진한 임대료 협상도 인가전 M&A 승인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투자업계에서는 1조원 아래 매각가가 매력적이라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룡들의 관심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 GS리테일,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동선 부사장 주도로 리테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는 한화그룹도 인수희망 후보군에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도 홈플러스의 청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M&A를 통한 회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주 인가 전 M&A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나온다면 내달 제출할 회생계획안에 인수합병 추진 계획 발표 이후 인수 후보군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