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통 3사 중 이심 요금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다. 사진은 KT '듀얼번호' CF 영상 화면. [자료=KT]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앞으로 하나의 단말기로 2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굳이 번거롭게 2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도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2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이심(eSIM)'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2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심을 사용하면 별도의 고가 요금제를 추가로 가입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번호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도 2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듀얼넘버 서비스'가 있었지만 이심은 '1단말기 1회선 2번호'를 지원하는 듀얼넘버 서비스와 달리 '1단말기 2회선 2번호'라는 차이점을 갖는다.

이심(eSIM)은 기존 물리적인 나노 심(nano-SIM)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동통신사의 셀룰러 요금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디지털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 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가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이심은 기존 유심(USIM)과 동일하게 가입자를 식별하는 역할을 하지만 칩 대신 프로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을 사용해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2개 번호를 적용하는 '듀얼 심'을 구현할 수 있다.

SIM이 2개인 만큼 개인번호를 요하는 모든 온라인 서비스를 각각 2개 가입해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의 계정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된다. 단 아이폰은 전화·메시지만 2개의 회선을 이용할 수 있다.

이심을 적용해 보조/메인 2개 번호가 표출되는 아이폰. [자료=애플]

이심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알뜰폰 사업자인 KCT(티플러스)로 2020년 7월 처음으로 이심 요금제를 선보였는데 이제 이통3사도 이심 요금제를 도입한다. 먼저 KT가 이통3사 중에서 가장 먼저 이심 요금제인 '듀얼번호' 요금제를 내달 1일 출시할 예정이다.

이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단말기에서도 이심을 지원해야 한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XS 이상,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Z폴드·플립4 이상 모델이 이심과 유심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듀얼심' 기능을 지원한다.

KT 듀얼번호 요금제는 일반 요금제에 월 8800원을 추가해 2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지급받게 된다. 1GB를 모두 소진하면 최대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받게 된다. 400Kbps 속도는 메시지 송·수신 정도만 원활히 할 수 있는 정도이며 고화질 동영상을 원활히 재생할 수는 없다.

KT 듀얼번호는 별도 약정기간이 없어 가입과 해지가 간편하지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첫 번째 요금제에 보조로 추가할 수만 있다. 만약 듀얼번호를 듀얼번호 요금제가 아닌 일반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에는 월정액 또는 약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KT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박은빈을 앞세운 듀얼번호 홍보 영상은 지난 16일 공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4와 듀얼번호를 앞세운 이 광고영상은 10일 만에 조회수가 400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 세계적 이심(eSIM) 확산 추세에 맞춰 국내 이용자의 편익을 제고하기 위해 이통사, 제조사, 유관기관 등과 '이심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이심 도입방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이심 도입에 적극적인 만큼, 향후 이심 사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심 전용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