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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약속한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이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솟아오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적정 비율인 150%을 훨씬 웃도는 수치를 두고 새 국제회계 기준(IFRS17) 등 제도 도입에 앞서 무리한 자본조달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보험사의 RBC비율은 260.9%로 전분기 대비 5.0%포인트 올랐다.

RBC비율은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금융당국에서는 150% 이상을 적정비율로 보고 있다.

이 중 외국계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적정비율을 훨씬 상회하는데다 국내 보험사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이 425.2%로 가장 높고 ▲푸르덴셜생명(368.7%) ▲라이나생명(348.5%)도 보험업법상 기준치인 100%를 3배 이상 뛰어넘었다. 손보업계에서도 외국사인 AIG손해보험이 408.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대형 보험사인 ▲삼성생명(331.1%) ▲교보생명(285.0) ▲헌화생명(202.0%) ▲삼성화재(322.4%) ▲DB손해보험(211.2%) ▲현대해상(196.9%)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업계는 이처럼 외국사가 RBC비율 잔치를 벌일 수 있던 배경에 대해 "재무건전성을 견고히 하는 차원에서 높은 RBC비율을 유지하자는 내부 전략 및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국내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대량 판매한 덕에 일시적인 매출은 거뒀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재무건전성이 흔들릴 우려를 감당해야 했다. 반면 외국사는 일찍이 보장성보험 중심의 판매전략을 펼쳐 RBC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관계자는 "설립 이래로 모그룹 BNP파리바와 본사 방침에 따라 부채 부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RBC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은 앞으로 국내 사업 다각화의 견고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굉장히 높았던 저축성보험을 상품라인업에서 일찍 정리한 만큼 리스크 관리에 유리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IFRS17 등 새 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유상증자와 해외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 무리한 자금조달을 강행해 과도한 자본 및 RBC비율을 축적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은 생보업계서 유일하게 3년 간 400%를 상회하는 RBC비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9월 기준으로는 515.04%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거두며 당시 업계 평균인 296.1%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무리한 자본조달없이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높은 RBC비율을 순수하게 유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껏 RBC비율이 높은 걸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며 "소비자도 해당 보험사에 신뢰를 가지고 긴 시간 보험료를 내고 보장받는데 참고할 수 있는 수치이고 외국사는 특히 설계사 영업력이 센 국내사에 비해 이같은 재무적 수치가 높아야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RBC비율 자체가 건전성 관련 지표이고 비율이 높다는 건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자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며 "적정비율을 눈에 띄게 넘어설 정도로 쌓아둘 필요는 없지만 취약한 것보단 훨씬 낫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