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공연 사진 (자료=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현실이 소설보다 드라마틱하다는 말이 있다. 허구의 세상보다 더 놀랍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여러 가지 실화들이 많은 예술 컨텐츠의 소재가 되는 것도 그 이유다. 지금 색색의 매력을 가진 실화와 실존 인물들이 무대에서 새롭게 태어나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을 한층 즐겁게 즐길 실제 이야기를 소개한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유니플렉스 2관 1월 28일까지 공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과 연인 자야의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백석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하나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본명은 백기행이다. 일본 아오야마 학원을 졸업한 후 ‘조선일보’ 등에서 근무했다. 1936년 시집 ‘사슴’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통영(統營)’, ‘고향’ 등이 있다.
시인 백석에게는 자야(子夜)라고 부르던 연인이 있었다. 본명은 김영한.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던 김영한과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던 백석은 3년간 불같이 사랑했다. 하지만 백석이 만주로 떠나고 남북이 갈라지면서 둘은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백석은 평생 자야를 그리워했다고 전해진다. 자야는 한국의 3대 요정인 대원각을 세워 재력가가 되었다. 훗날 대원각을 조건 없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했다. 대원각이 바로 현재의 길상사다. 당시 자야는 “1000억 재산이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야의 회상을 통해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재회 등이 그려진다. 백석의 시를 노래 가사에 담아 아름다운 선율과 감각적인 무대를 완성하고 있다. 강필석, 김경수, 오종혁, 고상호, 진태화, 정운선, 곽선영, 정인지, 최연우, 윤석원, 유승현, 안재영, 김바다가 열연한다.
▲ 빈센트 반 고흐(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1월 28일까지 공연)
살아 있는 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후에 그 누구보다 빛나는 별이 된 화가가 있다. 바로 네덜란드 출신의 프랑스 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비록 37세의 나이로 짧고 강렬한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작품은 20세 미술계의 야수주의, 독일 표현주의 발전에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빈센트의 삶을 가장 잘 드려다 볼 수 있는 건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들이다. 다툼을 벌인 기록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없이 의지가 되는 형제였다. 빈센트는 편지를 통해 작품에 대한 중요한 정보, 일상에 대한 사소한 생각과 고민, 연애 실패담과 우울증에 이르는 폭넓은 이야기를 전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빈센트와 테오가 주고받았던 편지 700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빈센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 테오가 형을 위한 유작전을 열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가는 내용이다. 빈센트의 명작들이 3D 프로젝팅 맴핑 영상 기법을 통해 무대 전면을 가득 채워 감동을 극대화한다. 박한근, 이준혁, 김경수, 조상웅, 김태훈, 유승현, 임강성, 박유덕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공연 사진 (자료=쇼미디어그룹)
▲ 에드거 앨런 포(광림아트센터 BBCH홀 2월 4일까지 공연)
에드거 앨런 포는 19세기 최대 독창가로 꼽히는 미국의 작가다. 미국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며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황금 풍뎅이’,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큰 소용돌이에 빨려들어서’ ‘갈가마귀’ 등의 작품을 남겼다.
화려한 명성과 달리 포의 생애는 그리 밝지 않았다. 일찍 부모를 잃고 입양됐다. 도박과 술에 빠져 젊은 시절을 보냈다. 스물 여섯이 돼 사촌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하고 자신만의 잡지를 내는 꿈을 꾸었으나 미국의 공황 등을 이유로 궁핍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 끝내 버지니아는 결핵으로 인해 삶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2년 후 포는 볼티모어의 한 술집 앞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됐다. 정신착란 상태로 고통을 겪다 숨을 거뒀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천재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무대로 올린다. 포의 불우한 어린시절과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 그로테스크한 그의 작품 세계 등을 이야기하며 라이벌 그리스월드를 등장시켜 더욱 드라마틱한 갈등을 그린다. 김수용, 정동하, 윤형렬, 이창석, 최수형, 에녹, 정상윤, 백형훈 등이 캐스팅됐다.
▲ 타이타닉(샤롯데씨어터 2월 11일까지 공연)
타이타닉호는 1912년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으로 유명세를 떨친 초호화 여객선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출항했으나 4일 후 거대한 빙산과 충돌했다. 약 1500명의 사망자를 내며 북대서양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타이타닉호 침몰을 소재로 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1997)’이다. 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청년 잭과 소녀 로즈의 이야기를 담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해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초연 중인 뮤지컬 ‘타이타닉’은 배에 오른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에 집중한 작품이다. 1등실, 2등실, 3등실로 신분이 나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죽음을 앞둔 상황 속에서 발휘되는 뜨거운 인간애가 감동을 전한다. 객석에도 배의 탄 느낌을 주기 위해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무대도 매력을 더한다. 문종원, 서경수, 조성윤, 켄, 정동화, 김봉환, 임선애, 윤공주, 전재홍, 임혜영, 서승원, 송원근, 이지수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공연 사진 (자료=EMK뮤지컬컴퍼니)
▲ 더 라스트 키스(LG아트센터 3월 11일까지 공연)
1889년 오스트리아 마이어링에서 황태자 루돌프와 연인 마리 베체라가 함께 목숨을 끊었다. 루돌프는 어머니 엘리자벳 황후가 추구했던 자유주의를 갈망하며 강력한 왕권을 강조했던 아버지 프란츠 오제트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루돌프는 헝가리 왕위에 올라 폴란드 왈국을 되살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후 마리와 함께 마이어링 별장으로 떠나 동반 자살을 했다. 당시 이 사건을 유럽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동반 자살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회문제로도 이어졌다.
황태자의 서글픈 인생과 사랑은 1930년 작가 클로드 아네의 소설 ‘마이얼링’을 시작으로 많은 예술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영화와 드라마, 발레, 연극, 뮤지컬 등의 작품으로 재탄생해 사랑받기 시작한 것이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는 지난 2012년 ‘황태자 루돌프’라는 제목으로 국내 초연했다. 프레더틱 모턴의 소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를 원작으로 하는 헝가리 작품이다. 루돌프와 마리의 운명적인 실화를 다룬다. 이번 공연은 ‘더 라스트 키스’로 이름을 바꾸고 비극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춰 한층 로맨틱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카이, 전동석, 레오, 수호, 김소향, 민경아, 루나가 루돌프와 마리를 연기한다.
▲ 네버 더 시너(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1월 30일 개막)
1924년 5월. 네이슨 프로이덴탈 에오폴드 주니어와 리처드 알버트 로엡은 14살의 소년 로버트 프랭크를 유괴하고 살해했다. 체포된 후 두 사람은 모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로엡은 1936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레오폴트는 1958년 가석방됐다.
시카고를 뒤흔든 희대의 이 살인사건은 많은 영화와 연극, 소설로 재탄생해 관객을 만났다. 국내에서는 스티븐 돌기노프가 만든 뮤지컬 ‘쓰릴 미’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는 30일 개막을 앞둔 연극 ‘네버 더 시너’ 또한 같은 사건에 주목한다. 사건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중심으로 두 실존 인물 간의 관계, 변호사와 검사의 팽팽한 신경전에 무게를 둔다. 조상웅, 이형훈, 강승호, 박은석, 이율, 정욱진, 윤상화, 이도엽, 이현철, 성도현, 윤성원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