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AI)을 핵심 동력으로 한 대대적 체질 개선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3단계 로드맵을 본격 가동한다. 이를 위해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타운홀미팅에 참여했다. (사진=현대자동차)
■ "2028년 SDV 완성형 출시" 3단계 마스터플랜
현대차그룹의 SDV 전략은 체계적이고 진취적이다. 2026년 3분기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70대 규모의 시험 차량으로 기술 검증을 시작한다. 2027년 4분기에는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을 점진적으로 일부 생산 차량에 도입한다. 최종 목표인 2028년에는 자율주행과 대화형 AI를 통합한 완성차 수준의 SDV를 출시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자율주행 산업 콘퍼런스'에서 이경민 현대차 자율주행SW개발실장은 "플레오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8년 완성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통합 플랫폼 '플레오스' 안에 두 가지 핵심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전용 '아트리아 AI'와 음성 대화형 '글레오스'다.
아트리아 AI는 8메가픽셀 카메라 8대와 레이더 1대만으로 HD맵 없이 도로 형상과 주행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물을 인식해 급정거하거나 갓길에 세워진 차량을 추월하는 등 능동적 주행이 가능하다.
글레오스는 음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적 경로 안내와 주행 가능 차로 안내, 신호등 인식을 통해 레벨 2+ 반자율주행을 지원한다. 목적지 도착 시 운전자에게 자동 알림을 주거나 하나의 음성 명령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이 상무는 "현재 자율주행 시장이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성능 개선을 하면서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며 "현대차도 데이터 의존도를 높이는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레오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차량 제어기를 66% 감축하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2026년 2분기 8세대 아반떼부터 점진적으로 적용되며 2030년까지 2000만 대 이상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CES2022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는 정 회장의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 메타플랜트 중심 AI 혁신과 아틀라스 투입
현대차그룹의 AI 혁신은 생산 현장에서 먼저 결실을 맺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연간 3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AI 기반 스마트팩토리의 대표 사례다.
약 950대의 로봇이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공정 전반에 투입되어 주문부터 생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도어 장착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완전 자동화를 달성했으며, 패널 크랙 감지와 도어 간극 보정 등 품질 제어 기술에 AI를 본격 접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HMGMA에서는 200여 대의 자율이동로봇(AMR)이 차량에 조립되는 다양한 부품을 적시에 공급하고 있다"며 "48대의 주차로봇이 완성된 차량의 품질 검사장 이송을 담당하고 2대의 주차 로봇이 완성차 전면과 후면을 각각 들어올린 뒤 관제 시스템과 통신하며 지정된 위치로 안전하고 빠르게 차량을 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올해 말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첫 상용화 성능 검증에 나선다. 딥러닝 기반 AI를 통해 작업 순서를 학습하고,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비정형 환경에서도 최적의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이다.
이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인간처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차세대 생산 자동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를 시작으로 이러한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전 세계 생산 거점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 같은 AI 전면전은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2월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AI, SDV, 로보틱스 등 선구적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3월 성남 판교 타운홀에서는 "SDV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전문가는 "현대차그룹의 AI 전략은 자율주행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잡는 실용적 접근"이라며 "메타플랜트에서 AI 도입으로 품질 개선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SDV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