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실 환경에서 외면받는 '모바일 건강보험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 담기지 않아 본인 확인이 어렵고 시스템도 일원화되지 않아 의료기관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접수가 안되는 문제가 발생해서다.
이에 모바일건강보험증 대신 최근 확대되고 있는 '모바일신분증'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15일 건강보험 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정식 출시한 모바일 건강보험증은 여전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접수가 어렵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은 건보공단이 이른바 실물로 발급돼 예산이 쓰이는 종이 건강보험증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불필요한 금액 지출을 줄이고 또 간편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개발됐다. 최근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하는 환경을 고려해 주민등록번호 대신 건강보험증 일련번호를 통한 사용도 고려됐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모바일 건강보험증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상당수 의료기관들은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면 주민번호를 다시 요구한다. 처음부터 신분증을 제시했다면 번거로운 과정(모바일 건강보험증 제시)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은 먼저 의료기관마다 사용하는 건강보험 연계 프로그램이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간편하게 주민번호 등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따로 설정을 더 해야 하는 건강보험증 번호로의 접수는 사용을 기피하거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물론 큐알(QR)코드로 접수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를 구비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모바일건강보험증은 앱으로 사진을 확인할 수 없어 본인 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활용하는 의료기관에 다른 사람의 정보로 실행된 앱 화면을 제시하면 그대로 접수가 가능한 구조다. 명의도용 등이 가능한 문제로, 만약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다시 신분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건보공단이 제도 시행 전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점이다. 당초 본인확인을 위한 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서버 저장에 따른 예산문제로 반쪽짜리 출시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에 적극 안내를 통해 불편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스템 개선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태 파악도 어렵다. 국민들은 모바일신분증을 내고도 다시 신분인증을 통해 접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바일 앱으로 바로 접수가 된 것인지 별도의 신분 확인을 거쳤는 지 알 방법이 없다. 즉 실태파악도 불가한 상황에서 예산만 쓰이는 셈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의료기관 등에 적극 홍보하고 있다"며 "예산 문제로 서버 확장 등은 아직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관련업계에선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모바일 신분증을 독려하는 게 예산 낭비를 줄이면서 국민 편의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신분증을 제시하면 다른 동작이나 서류를 낼 필요가 없이 건강보험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사용이 거부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앱 화면에 안내하는 등 적극 활용을 독려 중이다. 최근에는 민간 개방을 확대하며 국민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최근 건강보험 명의 도용 등이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의료기관에서는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신분 확인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민간 영역에서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앱이면 활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건강보험이라는 사실상 세금 영역인데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시스템에 매년 수억씩 들어간다고 한다면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