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젊은층은 인터넷전문은행, 중장년층은 시중은행’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올 상반기 뱅킹앱 시장에서 KB국민은행이 20대 신규 설치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카카오뱅크는 50~60대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으며 중장년층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인뱅과 전통 강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뱅킹앱 시장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은행·뱅킹 서비스 업종 상반기 누적 신규 설치 순위 (이미지=모바일인덱스)
14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의 ‘2025년 상반기 모바일 앱 총결산 리포트’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1~6월) 금융앱 누적 신규 설치 순위는 토스가 212만건으로 1위를 지켰다. 이어 KB스타뱅킹(207만건), 카카오뱅크(183만건)가 각각 2, 3위를 기록하며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주목할 부분은 연령별 데이터다.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신규 설치 1위를 휩쓸며 금융 강자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유독 20대에서는 KB스타뱅킹이 토스와 카카오뱅크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KB스타뱅킹은 10대, 30대, 40대에서도 토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젊은층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반면 인터넷은행의 대표 주자인 카카오뱅크는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신규 설치 1위를 기록하는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의 ‘젊은 카뱅’ 이미지를 뒤집고 중장년층으로 사용자 기반을 성공적으로 넓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 KB의 비결 ‘임베디드 금융’, 20대 마음 사로잡다
KB스타뱅킹이 젊은 층, 특히 20대에게 큰 인기를 끈 비결로는 ‘임베디드 금융’ 전략이 꼽힌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 플랫폼에 은행 서비스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이를 전사적으로 확산하며 제휴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삼성금융네트웍스 ‘모니모’와 제휴한 ‘모니모 KB매일이자통장’, 스타벅스와 손잡은 ‘KB별별통장’ 등이다. 이들 상품은 높은 금리 혜택과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젊은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의 제휴를 통해 20대 사용자를 대거 유입시킨 것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대 고객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제휴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앱테크’ 앞세운 카카오뱅크, 중장년층의 ‘놀이터’로
젊은 고객층을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장년층 사용자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실제로 출시 7주년을 맞은 카카오뱅크의 대표 상품 ‘26주 적금’의 가입자 비중(6월 말 기준)은 30대(31.2%)와 40대(26.3%)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50대 이상 비중도 16.9%에 달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출시 초기에는 소액 재테크를 선호하는 20, 30대 비중이 높았으나 다양한 제휴사와 함께 파트너적금을 출시하면서 40, 50대까지 고객층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해 확대한 ‘앱테크(앱+재테크)’ 서비스가 중장년층 유입의 핵심 동력으로 분석된다. ‘매일 용돈 받기’, ‘OX퀴즈’, ‘음악 듣고 캐시 받기’, ‘매일 걷고 혜택 받기’, ‘돈 버는 서베이’ 등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리워드 서비스가 쏠쏠한 재미와 혜택을 제공하며 중장년층을 앱으로 끌어들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5대 앱테크 서비스 이용자 중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4.2%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전반적으로 앱테크를 이용하는 고객군을 분석해보면 3040세대, 특히 40대의 참여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 출범 후 8년이 지나며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모바일 금융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용률이 젊은 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된 영향도 크다고 분석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 웬만한 2030세대는 여러 은행 앱을 동시에 설치해 다양한 혜택을 함께 받는 것이 일상화됐다”면서 “이제 이러한 금융 생활 패턴이 4050세대로까지 확대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