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역대급 폭염이 농산물 가격을 급등시키며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13일 기상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1~10일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5.5일로 지난해 7월(4.3일)을 넘어섰다.
수박 한 통 가격이 3만원에 육박했다. 11일 기준 수박 평균 소매가격은 2만9115원으로 전월 대비 33.08%, 평년 대비 38.5% 급등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 통에 3만원을 넘는 매장이 흔해졌다.
역대급 폭염이 농산물 가격을 급등시키며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소류 가격도 폭등세다. 시금치는 100g당 1423원으로 전월 대비 75.9% 치솟았다. 배추와 무도 일주일 새 각각 27.4%, 15.9% 올랐다.
축산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돼지 2만 마리, 가금류 50만 마리에 달했다. 한여름 폐사가 더 늘면 축산물 수급 불안정이 우려된다.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기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폭염 기간 최대 전력수요가 94.1~97.8GW로 지난해 최고 기록(97.1GW)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4분기 인상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국전력공사 부채가 205조원에 달해 하루 이자만 120억원인 상황이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한전이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요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히트플레이션은 수십년간 반복돼온 현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폭염이 길었던 과거 16개 연도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평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를 0.2%포인트 웃돌았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0.5%포인트 더 높았다.
정부는 15일 당정 실무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진성준 정책위의장 주재로 폭염 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16일에는 aT센터를 현장 방문해 물가동향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