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건강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높이고 요양기관의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현장에서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목적과는 달리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도 개선엔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병의원에 가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제시해도 추가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만연하다. 당초 건강보험증 소지 불편 해소와 개인정보 노출 등을 우려한 가입자의 편의를 고려해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여전히 주민번호 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은 건보공단에서 공식 제공하는 디지털 건강보험증이다. 연 수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신분증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본인 확인과 건강보험 자격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주민번호가 노출되지 않아 의료기관 방문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장점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실상은 당초 취지와는 다르다. 실제 본지가 서울 시내 10여곳의 병의원을 방문한 결과, 단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주민번호를 요구했다. 취지상 모바일 신분증만 내면 신분증 제출 없이 접수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내고도 추가로 주민번호를 요구하자 당황하면서도 그대로 따르는 분위기였다.
이같은 상황은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정식 출시된지 만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접수 방법 등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제시해도 주민번호를 넣어야 건강보험 등록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기관 관계자도 "우리 병원은 주민번호 확인이 필요한 마약류를 사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접수할 때 편의상 모두 주민번호를 확인하는 루틴을 따른다"며 "마약류 외 건강보험증서 번호만으로 건강보험 등록이 되는 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건보공단은 출시 직후 대국민 홍보와 의료기관에 안내 등을 충분히 해왔다는 입장이다.
한 건보공단 관계자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도입한 이후 홈페이지 공고 및 의료기관에 공문 등으로 접수방법을 안내했다"며 "추가 대책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모바일 신분증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건강보험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신분증을 실행하면 주민번호 뒷번호가 가려지는 데 이 상태에서 건강보험을 등록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모바일 건강보험증은 필요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