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SK그룹이 경영의 본질에 입각한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경영방침을 수립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서 내실을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본원적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AI와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 리밸런싱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이러한 방향성은 이재명 정부의 산업 육성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책과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경영의 본질’ 강조..사업구조 개편 가속
1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20여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SK 경영진은 ‘본질로의 회귀’로 뜻을 모았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등 대내외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운영의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하는 것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자체 진단을 내리며 ‘기본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취지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육성과 어록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조는 사업 리밸런싱을 더욱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작년부터 ▲AI·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 최적화 ▲에너지솔루션 분야 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성장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 등을 목표로 리밸런싱 전략을 수립 및 실행하고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 등 국가 핵심산업 육성에 기여한다는 방침을 잡은 만큼 해당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밸류체인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와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하고 그 중 80%인 약 82조원을 HBM 등 AI 분야에 투입할 방침이다. 또한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부터 재생에너지까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산업정책 공조 움직임..밸류업 효과 기대
SK그룹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앞서 대통령실은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민간 전문가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하는 등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공약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최대 10%의 생산세액 공제와 R&D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특별법 제정 등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여기에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RE100 실현 등 에너지 전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해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 13일 이 대통령이 마련한 기업인 간담회에서 “대통령과 새 정부에서도 통상산업 정책을 조율하는 데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며 “기업들도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함과 동시에 민관 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SK의 기업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형국이다. 그룹 지주사인 SK 주가는 대선 직전인 지난 2일 16만3400원에 머물렀지만 16일 종가 기준 20만1000원으로 약 23% 뛰었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9.52% 올랐고 SK스퀘어 주가도 35.9% 치솟았다. 이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4일 급등세를 보였다는 점 역시 공통분모로 꼽힌다.
이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편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의 반응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 실현 시 SK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주 간 이행상충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할인율 축소로 이어짐에 따라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SK와 같은 지주회사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밸류업’으로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신성장 동력 중심의 사업구조를 마련하는 등 경쟁력 제고에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정책적 시너지도 예상되는 만큼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