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들어서는 수백억대 대형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금융사고의 위험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별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총 23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신한은행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5건, NH농협은행이 4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4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발생한 금융사고 6건과 비교해 무려 4배 급증한 수치다. 특히 신한은행에서만 전체 사고의 35%가 발생해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사고 유형별로 분석하면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횡령 4건, 실명제 위반 2건, 배임 1건 등이 발생했다. 기타 금융질서 문란행위도 6건이나 됐다.
그동안 내부통제에 공을 들여온 우리은행에서도 횡령 1건을 포함해 총 3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2022년 700억원대 횡령 사고와 지난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 왔다. 올해 들어 사고액이 10억원을 초과해 공시 의무가 발생한 금융사고는 한 건도 없었지만 10억원 미만 금융사고는 3건이나 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횡령 2건, 사기 3건, 배임 1건, 기타 금융질서 문란행위 2건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해 내부통제의 사각지대가 여전했다.
올해 1분기 금융사고는 대부분 10억원 미만 소액에 그쳤지만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중대형 사고도 5건이나 발생했다.
신한은행에서만 10억원 이상 사고가 3건 발생했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 각각 1건씩 발생했다. 100억원 이상 초대형 사고는 1분기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2분기 들어서는 100억원 이상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15일 외부인 사기에 의한 35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달 3일 공시를 통해 205억원 규모의 외부인 과다대출 사고가 발생했고 밝혔다.
국민은행에서는 4월과 5월 직원이 연루된 배임 사고 2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각각 22억원, 46억원 규모다.
사고금액이 10억원이 넘지 않아 별도 공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2분기 금융사고는 더 많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는 금융사고의 수법이 고도화·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인의 사기 수법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고 조직적 범행이나 허위 서류 제출 등 새로운 방식의 금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외부인의 허위서류 제출에 따른 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면서 “서류 자체가 허위인 경우 내부통제로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갈수록 지능화된 금융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우리은행은 AI 기술을 활용한 ‘이상징후 검사시스템’ 고도화에 착수했다. 2026년 상반기 시스템 오픈을 목표로 행동 패턴 분석 등 AI 기반 탐지 기법을 도입해 정밀성과 범위를 모두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AI를 적용한 금융사고 사전 징후 탐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전체 대출의 사고 발생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특정 대출의 위험 수준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감사 부서에 자동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국민은행은 AI를 활용한 새로운 유형의 이상징후 탐지 기술 개발을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내부통제 범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