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SK텔레콤이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해킹 사고 이후 분위기 쇄신을 위해 리더십 재편에 나선 것이다. 주력 사업인 AI와 통신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등 재도약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리더십 및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낸다. (사진=SKT)
3일 SKT에 따르면 최근 그룹 사장단 인사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정재헌 대외협력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한 것이다.
정 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년 SK스퀘어 설립 시 창립 멤버로서 투자지원센터장을 담당했다. 지난해부터는 SKT 대외협력 사장과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동시에 맡아왔다.
이번 인사에 대해 회사 측은 “AI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구가치와 행동규범을 구체화한 ‘AI 거버넌스’를 사내에 정착시키고 사이버 침해사고 관련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시스템 강화를 주도하면서 AI와 통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양대 CIC(사내독립기업) 체제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통신 CIC장에는 한명진 SK스퀘어 CEO를 세웠다. AI CIC장으로는 유경상 Corp. Strategy센터장과 정석근 GPAA사업부장을 공동 선임했다.
이는 본업인 통신과 신사업인 AI를 중심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통신의 경우 해킹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강화 등의 숙제가 남아 있다.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에서의 기술적 리더십 확보도 필요하다.
특히 AI CIC에는 더욱 막중한 임무가 주어질 전망이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모두 집결시켰다는 점에서다. 해킹 사고로 인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AI 부문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인 부분이다.
최유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T에 대해 “2026년은 그간 AI 사업에 대한 투자가 수익화로 이뤄지는 원년”이라며 “전반적인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비핵심자산 매각 등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해 이날 정 신임 CEO는 SK AI 서밋 키노트 연설에서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DC 솔루션 등 3개 분야에서의 비전을 공유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울산 AIDC(AI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서남권에도 신설해 국내 기반을 단단히 다진 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통신사라는 강점을 살려 엣지 AI 영역까지 넓힐 방침이다.
지난 10월 오픈AI와 국내 서남권 AIDC 설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시작으로 기술·정책·산업을 함께 하는 협력체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청사진이다. 아마존과도 중장기 협력 기반을 구축해 엣지 AI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 및 관계기관 연합을 통해서는 6G 핵심 기술인 AI-RAN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는 그룹 내 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해 혁신 및 생산성 향상을 추진한다. 그 첫 단계로 제조 AI 전용 디지털 트윈 솔루션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함께 RTX 프로 GPU 2000대를 기반으로 제조 AI에 특화된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AI 인프라 사업의 솔루션 확장 차원에서 그룹사 및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 CEO는 “AI 대전환 시대의 한가운데서 국가를 대표하는 AI 기업의 CEO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오늘 말씀드린 전략을 기반으로 AI 강국 도약에 기여하는 국가대표 AI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