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의 금융 공약이 확정됐다. 가산금리 산정, 은행 점포 폐쇄, 출연금 확대 등 은행권의 핵심 사안들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나란히 공식 대선 공약집을 공개했다. 두 후보 모두 서민과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 완화를 내세우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그간 단편적으로 언급된 주요 대선 후보의 금융 관련 공약들도 공식화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료=연합뉴스, 각 당)

■ 이재명, 대출 이자 부담 완화에 방점

이재명 후보의 금융 공약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 감소 방안이다. 핵심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각종 출연금, 보험료, 교육세 등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은행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관련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추진 중이다. 법안에는 법정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은행 임직원에 대한 처벌 규정(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포함돼 있다.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출연금 확대 공약도 주목된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각종 출연금을 확대해 (가칭)서민금융안정기금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공급 규모를 늘리고 2025년에는 정책서민금융 공급 목표를 전년 대비 5000억원 늘린 6조5000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도 공식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존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 소상공인, 중·저신용자 등이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공약집에는 기존에는 없던 ‘기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의무대출 비중 상향조정 병행’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평균잔액 비중 목표치가 30%인데 이를 더 상향하겠다는 의미다.

■ 김문수, 점포 폐쇄 시 사전영향평가 실효성 확보

김문수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금융 지원 확대에 집중했다. 대통령 직속 ‘(가칭)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을 설치해 전방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새출발기금 역할 대폭 확대, 기업한도 대출 각종 수수료 전면 폐지, 생계방패 특별융자,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소상공인 생애주기별 자금지원 패키지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신용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분산된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하는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 설립도 약속했다. 이 전문은행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 신용평가 체계 혁신, 생애주기별 자금지원 패키지 등을 제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김 후보는 은행 점포 폐쇄로 인한 금융 소외 문제 해결에 주목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행이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영향평가의 실효성 확보를 언급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은행 점포 폐쇄 시 지역 내 소비자들의 물리적 접근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대체가능성 평가를 도입하고 사전영향평가의 실효성 확보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행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에 따르면 은행이 점포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및 의견수렴, 대체수단 마련, 정보공개, 사후평가와 지원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중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영향평가의 실효성을 확보해 점포 폐쇄 문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재명 후보가 도시지역 특화점포, 농촌·도서지역 이동 점포 운영 확대 등으로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강도가 센 공약을 내세운 셈이다.

■ 은행 수익성·경영 자율성 저하 우려

은행권에서는 두 후보의 공약이 모두 은행의 수익성과 경영 자율성에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은행의 세전이익이 5~10%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문수 후보의 은행 점포 폐쇄 절차 강화 역시 판관비 확대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상생금융 기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라면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은행권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