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권에 지배구조 선진화 바람이 불면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3연임 이상을 추진하는 회장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향후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5대 세부 항목을 발표하며 최고경영자(CEO) 장기 연임에 대한 주주 통제 강화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각사)

특히 3연임 이상 장기 재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CEO 장기 연임의 적정성에 대한 주주의 실질적 평가와 통제 절차를 강화해 경영진의 ‘셀프 연임’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CEO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절차 강화를 추진하면서 우리금융지주, 포스코 홀딩스, KT의 사례를 참조했다. 이들 회사는 보통결의 사안이던 CEO 3연임을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상향한 바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추가로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내부통제 수준을 한층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더욱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취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계열사 임원 선임에 대한 그룹 회장의 사전합의제를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회장 3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를 신설했다”며 “회장 장기 재임에 대한 주주의 통제권과 검증절차를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주총에서 보통결의의 경우 전체 주주의 4분의 1이상이 참석,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별결의는 전체 주주의 3분의 1이상이 참석하고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찬성 득표율 50%였던 주총 문턱이 66.7%로 높아지는 셈이다.

특별결의 도입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주요 금융지주 사내이사 선임 안건의 찬성률이 50~60%대에 그쳤던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통제 실패나 사법 리스크 등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주주들의 반대표가 결집될 수 있어 3연임이 무산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그룹의 조용병 전 회장이 2020년 연임 당시 56.43%의 찬성표로 가까스로 주총을 통과한 바 있다. 채용비리 및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부담이 됐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외국인 주주 비중이 평균 50%를 넘어 이들의 반대 여부가 관건이다. 외국계 자본은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경영진 견제 관련 사안에 적극적으로 표결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 3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해도 실제로 회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한참 뒤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의 함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첫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선 내년 연임에 성공한 뒤에야 2029년 3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함 회장은 3년 뒤인 2028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이 당연시 됐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내부적으로 경영승계 프로세스를 강화해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