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와 테라 [사진=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하이트진로의 ‘야심작’ 레귤러 맥주 브랜드 켈리(Kelly)가 오늘 국내 주류시장에 상륙한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통해 10여년 전 오비맥주에 내어준 맥주 시장 1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하이트진로는 4일 홍천 공장에서 켈리 출고 기념식을 열고 이날 첫 출고를 알렸다. 하이트진로는 코로나 이후 정체됐던 주류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기 위해 켈리를 선보였다. 이는 지난 2021년 테라 출시 이후 4년 만이다.

켈리와 테라 [사진=김제영 기자]

■ 닮은 듯 다른 켈리와 테라, 각각 브랜드 정체성은

켈리는 킵내추럴리(KEEP NATURALLY)의 줄임말로, 인위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자연주의적인 원료·공법·맛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켈리는 ‘반전 라거’라는 슬로건 아래 부드러운 거품과 강렬한 탄산감을 살린 ‘올 몰트’ 맥주다. 올 몰트 맥주는 기존 라거 맥주가 산뜻함을 살리기 위해 넣는 전분을 섞지 않고 맥아만 100% 활용한 맥주로, 진한 맛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기존 라거 맥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새로운 원료와 공법을 적용했다. 원료는 덴마크 프리미엄 맥아, 공법은 두 번의 숙성을 거친 ‘더블 숙성 공법’을 사용했다. 일반 맥아보다 24시간 더 발아시키는 ‘슬로우 발아’로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1차 숙성(7℃)을 한 뒤 2차 숙성(-1.5℃)을 거쳐 강렬한 탄산감을 더했다.

반면 ‘청정 라거’ 테라는 라틴어로 흙·지구·대지를 의미한다. 테라는 호주산 맥아만 사용해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천연 탄산만 담는 ‘리얼 탄산 공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라거 특유의 청량감을 극대화하고,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는 강점을 살렸다. 테라는 지난 2019년 출시 이후 올해 처음 연간 판매량 10억병을 돌파하며 국내 맥주 시장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켈리와 테라를 동시에 시음해봤다. 켈리의 첫입은 부드러운 거품이 인상적이었다. 목으로 넘기며 느껴지는 탄산의 청량감도 강렬했다. 테라 역시 탄산이 많아 특유의 청량감이 가득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색상은 켈리가 조금 더 진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는 레시피가 달라 생기는 차이다.

첫입은 켈리가 부드럽고, 테라는 시간이 지나도 탄산이 보다 오래 유지됐다. 또 맥아 100% 올 몰트로 출시된 켈리가 테라보다 맛이 진했다. 소주와 섞은 ‘소맥’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했다고나 할까. 알코올 도수는 켈리가 4.5%, 테라는 4.6%도로 유사했다. 켈리와 테라 모두 각각의 브랜드 정체성에 걸맞은 특성을 가졌다고 느꼈다.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에서 맥주 신제품 '켈리'가 출고되는 모습 [자료=하이트진로]

■ 반전라거 켈리, 주류시장 ‘돌풍’ 공식 부합할까

주류시장은 유독 ‘고전’이 강한 시장이다. 관습적으로 마시는 주류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층이 단단하지만, 이는 신제품이 시장에 들어설 틈이 좁다는 의미다. 주류업계가 친근한 이미지로, 변화를 잘 수용하는 MZ세대를 겨냥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SNS 등을 통해 화제성을 얻는 식으로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꾀한다.

하이트진로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켈리와 테라의 ‘연합작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출시 당시 3개월 이내로 건대·홍대 등 대학가부터 강남·여의도 등 인구가 많이 몰리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인지도 확대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켈리 역시 기존 영업망을 총 동원해 수도권에서 자리를 잡고 순차적으로 전국에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연합작전의 선례는 참이슬·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진로이즈백 출시 3년 만인 올해 소주 시장 점유율이 약 10% 증가했다. 현재 전체 점유율은 약 65%로 추산된다. 진로는 기존에 없던 푸른 병과 두꺼비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MZ세대 사이 영향력을 키웠다. 하이트진로는 진로가 병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은 만큼 켈리 역시 국내 최초의 ‘앰버’ 컬러와 깎아낸 듯한 병 모양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켈리는 원재료나 공법, 병 자체로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했다. 기존의 공용 병을 활용하기 보다는 신선하고 새로운 변화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하이트진로는 주류시장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100년 기업으로서 테라로 형성된 안정적인 맥주 시장에 차별화한 켈리를 추가해 국내 맥주 시장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