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이 해외 제련소 투자로 국내 핵심 거점을 키워온 선순환 모델을 미국 시장까지 확장한다. 25년 전 호주 제련소 설립 이후 온산제련소를 세계 1위 비철금속 종합제련소로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미국 제련소를 발판으로 온산 고도화와 신시장 개척을 동시에 노린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야간 전경(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22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울산 온산제련소 설비 고도화와 생산능력 확충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9년까지 온산을 포함한 국내 사업장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게르마늄·갈륨·비스무트 등 전략광물 생산능력을 키우고, 자원순환·환경 설비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투트랙 성장 전략’은 이미 호주에서 검증됐다. 1996년 호주에 SMC 법인을 세우고 2000년부터 연간 아연괴 19만톤, 황산 32만5000톤을 생산하는 제련소를 가동했다. 온산제련소 생산과 투자는 확대됐다.
온산제련소는 2000년 아연 37만톤, 연 19만톤, 은 500톤에서 지속적인 증설과 공정 혁신을 거쳐 2024년 아연 64만톤, 연 43만톤, 은 2500톤 규모로 성장했다. 동 공장 증설, TSL 공장 준공, 아연전해공장 증설, 제2비철단지 준공이 이어지면서 단일 기준 세계 최대 종합제련소로 자리 잡았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고도화됐다. 반도체용 황산, 친환경 동, 전략광물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며 국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철강·방산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 공급 거점으로 기능을 강화했다.
호주와 온산은 인력·기술 측면에서도 맞물려 돌아갔다. SMC 가동 초기 고려아연은 국내 인력 50여명을 파견해 운영 안정화했다. 호주에서 축적한 운영·공정 경험은 다시 온산제련소 기술력 향상에 반영됐다.
실적은 선순환 구조를 입증한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 연결 매출은 2000년 1조1829억원에서 2024년 12조529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SMC 모회사인 SMH(썬메탈홀딩스) 매출도 2014년 5977억원에서 2024년 8944억원으로 약 50%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온산제련소 역할을 더 분명하게 나눈다는 점에서 호주 때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온산제련소는 국내 핵심산업에 우선 공급하고, 물류비 경쟁력이 높은 동남아 등 기존 수요처에 집중해 수출을 강화한다. 미국 제련소는 북미 수요를 흡수하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전진기지로 삼는 구상이다.
미국 프로젝트는 인력과 고용 측면에서도 확장 효과를 낳고 있다. 온산 인력이 미국 제련소 건설·가동에 투입되는 만큼 대체 인력과 신규 설비 운영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있다. 2026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임직원 수는 2020년 말 1396명에서 2025년 말 2085명으로 늘어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0% 증가했다.
회사는 미국 제련소에서 개발·적용되는 최신 공정·운영 시스템을 최적화한 뒤 온산제련소에 순차 적용해 생산성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온산제련소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와 해외 사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