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SK텔레콤이 해킹 사태의 여파로 결국 위약금 면제에 나서게 됐다. 이에 따라 막대한 재정적 타격은 물론 기업 브랜드 가치에도 손상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쟁사들의 공격적 마케팅 속에서 가입자 이탈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러한 손실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전망이다.

SKT 유영상 CEO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SKT)

7일 SKT에 따르면 오는 14일까지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다. 지난 4월 18일 자정 이전 약정 고객 중 침해사고 이후 해지 고객과 해당 일자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6월 2달간 SKT를 떠나 타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총 64만8337명이다. 해당 기간 유입된 13만2525명을 제외해도 순감 규모는 51만5812명에 이른다. 1인당 평균 위약금을 10만원으로 산정해도 최소 5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SKT 유영상 CEO는 지난 5월 국회 청문회 출석 당시 위약금 면제와 가입자 이탈에 따른 매출 감소 등 3년간 7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가입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다시금 가속화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추가 이탈 규모에 따라 위약금 면제로 인한 재정적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를 막기 위한 지출도 이뤄질 전망이다. 총 5000억원 규모의 고객감사패키지가 대표적이다. ▲8월 통신요금 50% 할인 ▲매월 데이터 50GB 추가 제공 ▲인기 브랜드 중심 멤버십 할인 확대 등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향후 5년간 정보보호 투자를 총 7000억원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역시 추가적인 지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가입자 방어에 애를 먹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쟁사들의 공격적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지출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일선 대리점에서는 SKT의 위약금 면제 결정을 부각하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고객 대응 시나리오까지 마련하는 등 등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SKT의 위약금 면제 시행 직후 고객들의 번호이동 문의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가입 조건도 좋은 시점이라 영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손상이 가장 뼈아픈 손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계속된 고객들의 이탈은 결국 회사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앞으로의 가입자 방어 및 점유율 경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킹 사고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크게 악화됐으며 가입자 이탈 방어에 있어서도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길게 보면 브랜드 가치 훼손이 가장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