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한 달 만에 다시 확대 전환됐다. 특히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지적했음에도 '가계대출 규제'라는 벽에 부딪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권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54%포인트로 전월(1.48%포인트) 대비 0.06%포인트 확대됐다. (사진=연합뉴스)

1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권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54%포인트로 전월(1.48%포인트) 대비 0.06%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23년 5월(1.56%포인트)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원인은 예금금리 하락 속도가 대출금리 하락 속도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금리는 2.63%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4.17%로 0.02%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기업대출 금리 상승도 예대금리차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5월 기업대출 금리는 4.16%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 금리는 4.15%로 0.11%포인트나 뛰었다.

특이한 점은 은행권 전체의 예대금리차는 확대됐지만 은행별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지방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졌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월 평균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336%포인트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축소됐다. 신한은행이 1.45%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 1.39%포인트, KB국민은행 1.38%포인트, 우리은행 1.25%포인트, NH농협은행 1.21%포인트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에서는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 크게 확대됐다. 카카오뱅크는 1.35%포인트에서 1.57%포인트로, 케이뱅크는 1.59%포인트에서 1.92%포인트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 특히 제주은행은 2.76%포인트에서 5.22%포인트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전북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은행들도 0.1~0.4%포인트 예대금리차가 벌여졌다.

다만 이들도 할말은 있다. 이들 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대출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못했다. 지역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예대금리차 확대의 원인이 됐다.

제주은행은 “담보여력이 부족한 중신용자 대상 사잇돌중금리대출의 취급액이 전월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지역경기 침체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방은행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중저신용자 및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은행도 “당행 대출금리가 높아 보이는 이유는 정책서민금융대출, 중저신용자 대상대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구조적으로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 정부 들어 예대금리차 축소에 대한 압박은 더 커졌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취임 직후 열린 비상경제점검 TF(태스크포스)에서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며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나오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을 골자로 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들의 대출 총량도 줄어들면서 대출금리 인하는커녕 문턱을 높여야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단기적으로 대출금리 하락이 제약돼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계대출도 관리하고 예대금리차도 낮추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