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간식이 생각나는 시간, 사무실 한켠에 있는 자판기에 들르면 유명 디저트 가게 디저트와 함께 시원한 탄산수가 '내 취향'대로 채워져 있다. 워커스하이가 운영하는 플래그샵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워커스하이는 기존의 단순 자판기에 AI와 네트워크, 다양한 결제·인증 시스템을 결합해 공간과 시간,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상품을 직접 선정해 채워넣는 ‘똑똑한 자판기’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음료나 과자를 파는 기기가 아니라 소비 데이터와 트렌드를 반영해 공간별·시간대별 인기 상품으로 진열을 바꾸고 포인트, 카드, QR 등 다양한 결제 방식 지원, 광고 및 프로모션 노출 등도 가능하다.
맞춤형 운영 덕분에 워커스하이는 2025년 상반기 누적 매출 50억원을 넘어섰다. 공간 데이터를 유통의 동력으로 삼아 실내 리테일 판도를 바꾸는 김충희 대표를 만났다.
▲ 워커스하이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워커스하이는 사무실·호텔·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스마트 키오스크 기반 자판기를 제공한다. AI가 요일·날씨·공간별 소비 패턴을 분석해 한정된 진열 공간에 최적 상품을 큐레이션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는 건강식품이나 가벼운 간식 위주로 호텔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상품으로 구성을 다르게 한다. 전국 2000여 거점에서 공간을 미디어화하며 소비 경험과 데이터를 융합해나가고 있다.
▲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롯데칠성음료에서 13년간 영업·마케팅을 맡았다. 제조사도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내부 과제로 자판기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 제조사가 직접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은 자판기가 유일했다. 2021년 6월 사내벤처 분사에 성공했다. 현재 롯데칠성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 경쟁사와 차별점은
기존 자판기는 주로 기기 관리와 단순 유통에 집중했지만 워커스하이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맞춤형 상품 큐레이션을 핵심으로 삼는다. 자판기 인수를 통해 물류·설치·유지보수를 직접 관리하면서 회전율과 서비스 속도를 높인 것도 큰 차별점이다.
특히 리브랜딩 이후 ‘플래그샵’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전환하며 전략에 큰 변화를 줬다. 가장 가까운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개념 아래 트렌디한 제품과 맞춤 상품을 가장 먼저 제공하는 유통 접점이 되자는 철학을 담았다. 이후 B2B 복지 서비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독보적인 경쟁력이 됐다.
워커스하이 본사에 위치한 플래그샵 (사진=워커스하이)
▲ 핫플레이스 디저트와 프리미엄 간식 큐레이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핵심은 ‘신선한 낯섦’에 있다. 핫플레이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유명 디저트가 회사 자판기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거다. 한정 큐레이션은 소비자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되고 회사는 불필요한 재고 부담을 줄이는 비결이다.
▲ 운영 공간을 1년 만에 10배 확대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가장 큰 도전은 내부 역량 확장이었다. 공간 확대는 단순히 자판기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물류, MD, CS, 리필, AS 등 전체 밸류체인의 확장이다. 초반에는 반발과 혼선이 있었지만 '함께 해결하는 문화' 덕분에 팀원들이 서로 도우며 극복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조직의 회복탄력성과 운영 시스템의 자가진화 능력을 체감했다.
▲ AI 큐레이션 기술은 어떻게 개발했나
정부 팁스(TIPS) 지원을 받아 7명 내부 개발팀이 수요 예측, 선호 분석, 트렌드 반영 모델을 구축했다. 이미 100여 대 자판기에 적용해 상품 구성과 재고 관리를 고도화했다.
▲ 플래그미디어와 미디어 사업은 어떤 역할을 하나
플래그미디어는 플래그샵 자판기를 하나의 ‘작은 광고판’이자 마케팅 채널로 만드는 사업이다. 자판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언제·어디에서 어떤 제품을 사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관심 있어 할 상품이나 프로모션 광고를 그 시간·장소에 맞춰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무실 자판기에는 직장인에게 인기 많은 건강음료 광고를 호텔 자판기에는 여행객 취향 간식이나 프리미엄 음료 광고를 노출하는 식이다. 각 공간과 고객에 맞춰서 제품 홍보나 신제품 알림, 시식 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다. B2C 상품을 유통하는 동시에 B2B 제조사에게는 ‘초근접 타깃 마케팅’ 채널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 일본 시장 진출 계획과 현재 진행 상황은
일본은 세계에서 자판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런데 대부분 아직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디지털 혁신 여지가 크다. 시장 특성에 주목해 AI 큐레이션, 디지털 인증 결제,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능을 갖춘 스마트 자판기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25년 상반기 도쿄 신주쿠 지역 호텔에 1호점을 개점해 현지 이용객들의 반응을 테스트하고 있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국어 지원과 간편한 결제 시스템에 높은 만족을 보이고 있다.
향후 도쿄 중심부 주요 거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일본 현지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오피스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진출이 성공하면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전략의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이다.
▲ 올해 매출 100억원 달성을 위한 계획은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플래그샵 서비스 전면 리뉴얼과 신규 설치 확대와 인수한 자판기 사업과 기존 시스템 간의 통합 고도화다.
내부적으로는 서비스별로 스쿼드 체계를 정비해 기능과 성과를 동시에 관리하는 조직 구조로 전환 중이다. 운영 데이터에 기반한 PM 시스템도 도입해 실행력 중심의 조직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 워커스하이가 추구하는 리테일의 미래 모습은
‘리테일 거리 단축’이라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시대엔 30리를 걸어 장을 봤다. 이후 동네 슈퍼와 편의점, 배달앱으로 점점 소비자에 가까워졌다.
자판기는 실내에 들어온 미니 유통망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이 공간에 미리 세팅되는 것이 제로 마일 커머스다. 이를 ‘제로 커머스’라고 부른다.
10년 후 쿠팡이나 배달앱을 너머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를 꿈꾸고 있다. 플래그샵은 그 변화를 실현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