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국민은행이 커피숍에 이어 대형 쇼핑몰과 편의점까지 금융 영토를 확장하며 ‘임베디드 금융’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비금융 플랫폼에 자사의 금융 서비스를 내재화해 고객의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전통 은행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임베디드 금융 확산을 위해 삼성금융그룹 모니모, 스타벅스, SSG닷컴과 제휴를 맺었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오는 9월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G닷컴과 손잡고 ‘쓱KB은행(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금융그룹 통합앱 모니모, 스타벅스에 이은 세 번째 대형 플랫폼과의 제휴다. 국민은행의 임베디드 금융 전략이 본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번 SSG닷컴과의 제휴는 단순한 협업 통장을 넘어 ‘뱅크 인 플랫폼(Bank in Platform)’ 개념의 종합 금융 패키지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쓱KB은행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개인과 사업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포괄적 금융 솔루션으로 설계됐다.

소비자에게는 쇼핑과 연계된 혜택이 집중된다. SSG닷컴에서 결제 시 결제 금액의 일부를 SSG머니로 적립해주는 파킹통장(입출금통장)이 대표적이다. 특정 상품 구매를 목표로 단기간 고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쇼핑 테마형 적금’도 선보인다. 여기에 환전 우대 및 여행자보험 혜택, 리브모바일 통신비 할인 등 부가적인 혜택을 더해 고객 유인 효과를 극대화한다.

SSG닷컴에 입점한 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선보인다. 사업 자금 운용에 유리한 ‘사업자 전용 적금’과 판매 실적에 따라 금리와 한도를 우대하는 ‘파킹통장’이 제공된다. 특히 판매 대금 선정산을 제공하는 팩토링 서비스, 무료 컨설팅 서비스는 소상공인들의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의 영토 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GS리테일과도 손잡고 전국 편의점 망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확대를 추진한다. GS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 연동을 시작으로 편의점을 찾는 수많은 유동 고객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커피숍(스타벅스), 쇼핑몰(SSG닷컴), 편의점(GS25) 등 고객 일상의 3대 공간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국민은행의 전사적인 임베디드 금융 추진은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저원가성 예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의 제휴만으로도 신규 계좌 개설이 기존 대비 최대 5배 증가했다. 이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예금 유입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삼성금융그룹과 협업한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은 사전 예약에만 40만명이 몰렸고 정식 출시 8일 만에 15만좌가 개설됐다. 스타벅스와 제휴한 KB별별통장은 출시 이후 10만 계좌를 돌파했다.

제휴 통장 개설과 신규 고객 유입은 요구불성 예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요구불성예금은 15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요구불성예금 잔액이 5조원 늘었는데 올해는 1개 분기 만에 연간 성장률에 근접한 셈이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임베디드 금융을 단순한 서비스 확장이 아닌 근본적 혁신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특히 취임사에서 “비즈니스의 판이 바뀜에 따라 사고의 확장이 필요하다”며 “리테일, 기업금융 등 각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본질적인 측면에서 통찰하며 재정의하고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베디드 금융은 바로 이런 ‘사고의 확장’의 결과로, 은행이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플랫폼 파트너십 등 새로운 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환주 행장은 보험 계열사 CEO 출신으로 은행과 비은행, 금융과 비금융간 제휴를 통한 확장에 전문성과 인사이트를 가졌다”면서 “국민은행의 임베디드 금융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