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 [자료=카카오]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카카오 창업 이후 15년간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가 지난달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김범수 전 의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가상자산을 낙점하고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했다.
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일본법인 카카오 픽코마를 통해 일본에서 1종 라이선스를 획득한 가상자산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サクラエクスチェンジビットコイン, 이하 SEBC)' 주식 절반 이상을 확보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SEBC는 이미 지분 15.3%를 보유한 두나무와 함께 한국 기업이 경영권을 쥐게 됐다.
SEBC에 따르면 SEBC는 지난 2월 25일과 4월 1일까지 2회에 걸쳐 카카오 픽코마를 인수처로 한 제3자 할당 증자를 실행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픽코마는 SEBC 발행 주식의 과반수를 취득하게 됐다. 이는 김범수 전 의상의 행보와 연결되는 움직임이어서 더욱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의장은 그간 줄곧 카카오에 대해 "내수용 기업"이라는 내외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매출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하기에 상대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네이버와 줄곧 비교돼왔고, 지난해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더해지면서 이 비판의 강도가 더욱 커졌다. 이에 김 전 의장은 국감 이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일부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또 콘텐츠와 기술 중심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의장은 싱가포르에 자회사 '크러스트'를 설립하고 카카오 창업 멤버이자 김 전 의장의 최측근인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을 크러스트 대표로 임명했다. 또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와 신정환 전 총괄부사장도 크러스트에 합류하며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대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카카오 픽코마가 인수한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 홈페이지. [자료=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
카카오가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것은 어찌 보면 해외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 일본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출시한 지 1년 만인 2011년 일본에 카카오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에도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글로벌 메신저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라인(LINE) 메신저가 꽉 잡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카카오톡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의 경험을 살려 일본에 다시 진출한 웹툰 서비스 픽코마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픽코마는 일본 웹툰 서비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게임을 제외한 앱 부문 매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김 전 의장이 여러 자회사 중 사내이사를 맡은 곳이 카카오 픽코마 한 곳뿐이니 김 전 의장의 애정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카카오 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온 김 전 의장은 일본에서의 성공 DNA를 지닌 카카오 픽코마를 통해 블록체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SEBC 인수와 함께 이사 2명, 감사 1명 등 임원 3명을 새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김 전 의장이 이번 일본 거래소 인수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웹3(Web3)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