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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나아지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올 여름 장마가 끝남과 동시에 북적이는 휴가객과 오는 9월까지 예고된 태풍으로 사고량 증가가 예상돼서다. 하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방어책도 적극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10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가마감)은 평균 82.4%로 지난해 같은기간(88.8%)보다 6.5%포인트 개선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체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액 비율을 말한다. 80% 안팎이 손익분기점에 해당한다.
특히 합산 점유율이 85%에 달하는 상위 4사(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상반기 손해율은 모두 80% 미만(78.5~79.4%)으로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보험이 반기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이동량 감소로 손해율이 개선됐고 나들이 철인 4∼5월 잦은 비로 차량 운행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호재도 잠시일 뿐 최근 장마가 끝난 곧바로 여름 휴가철 등으로 운행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다음 달부터 예고된 태풍 소식으로 손해율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보험개발원도 여름 휴가철 1일 평균 사고건수가 보통날보다 4.5% 많다고 집계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엔 연이은 집중호우로 2만건 넘는 침수 피해가 접수돼 손해액이 1175억원에 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역시 2~3개 가량의 태풍이 찾아올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추세를 봤을 때 강력한 규모로 다음 달부터 9월까지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각 손보사들은 태풍 등 자연재난에 대비해 ▲비상대책본부 ▲비상 알림 문자 ▲비상연락체계 등 서비스를 구축하고 피해 예방에 힘 쓰고 있다.
다만 차량사고 위험을 예방하는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는 지난 추석과 설에 이어 확대될 기미가 없다. 이 서비스는 보험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사전 점검을 통해 사고율을 낮추고 손해율도 지키는 수단이다.
취지가 무색하게도 자동차보험을 파는 12개 손보사 가운데 올 여름 휴가철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손보사는 삼성화재, DB손보, ·AXA손해보험 등 총 3곳이다.
먼저 삼성화재는 전국 479개소 애니카랜드를 통해 365일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대상은 에어컨·미션 오일·브레이크 오일·냉각수 등 20가지 항목이다.
AXA손보는 다음 달 말까지 이 서비스를 진행한다. 타이어 공기압·브레이크·오일 등 총 22개 항목을 진단해준다. 점검기간 내 에어컨 필터와 타이어 교체 시 각각 50%, 2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DB손보 고객들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전국 324개소 프로미카월드에서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DB손보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설에도 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DB손보 관계자는 "손보업계 전체적으로 서비스 축소 흐름을 보이지만 자기 차량을 이용한 이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확대를 통해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진행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매년 서비스를 진행하던 소수 보험사 외엔 참여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반기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휴가와 태풍, 가을 추석 및 행락철, 겨울 빙판길 등 계절적 요인에 더해 자동차 정비업계의 정비수가 인상 논의 및 한방의료비 증가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해 실적이 아무리 좋게 나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